“성장과 물가 지표는 지난해보다 나아질 것이다. 다만 우리 경제가 세계경제에 편입돼 있고, 경제 규모도 세계 10위권 이내로 크다는 점에서 급격한 경기회복은 쉽지 않다. 급반등에는 시간이 걸린다.”
이주열<사진> 한국은행 총재는 2일 서울 중구 태평로 한은 본점 기자실에서 가진 신년 다과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지난해엔 어려웠다. 미중 무역분쟁은 우리 경제 성장률을 0.4%포인트 끌어내렸다. 반도체가격도 급락했다. 대외 탓으로 모든 것을 돌리는 것은 아니나 이 두 요인이 (경제 부진 요인으로) 크게 작용했다”며 “올해 미중 분쟁도 개선 조짐을 보이고 있고, 반도체값도 시기를 가늠키 어려우나 올해 중반 정도쯤 가격상승을 예상할 수 있겠다”고 덧붙였다.
잠재성장률에 미치지 못하는 성장세와 한은 물가안정 목표치를 밑도는 물가상황을 봤을 때 향후 방향성은 추가 인하에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다. 다만 신중히 결정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추가 인하에 대한 걸림돌이 무엇인지 등을 묻는 질문에 이 총재는 “경기와 물가를 보면 완화기조를 가져가야 한다. 금리로 대응할 여력은 있다”면서도 “많은 것을 봐야 한다. 물가안정이 주된 목표이긴 하나 금융안정도 중요하다. 경기도 봐야 한다. (추가 인하 시) 효과와 부작용도 있다. 셈법이 복잡하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한 사람이 결정하는 것은 아니다. 금통위원들이 종합적으로 판단할 것이다. 어떤 게 걸림돌이라고 이야기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최근 미중 무역협상이 1단계 합의를 앞두고 있는 등 대외 여건이 개선되고 있지만 신중한 입장을 유지했다. 이 총재는 “금년 전망 시 미중 분쟁이 어느 정도 완화될 것이라는 것을 전제로 전행했다”며 “획기적인 개선은 아닐 것 같다. 1단계 합의가 이뤄졌지만 (한은 전망) 예상에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근본적인 해결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작년 성장률 2% 달성 가능성을 묻는 질문엔 판단을 유보했다. 이 총재는 “12월 지표가 중요하다. 12월 실물지표도 다음 주쯤 모니터링이 가능할 것으로 보여 현재로서는 가늠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올 4월 4명의 금융통화위원과 8월 부총재가 교체되면서 통화정책 연속성이 단절될 가능성을 묻는 질문엔 선문답으로 응했다. 이 총재는 “4명의 금통위원 교체를 전제로 한 질문이다. 꼭 다 교체된다고 보나?”고 되물었다. 연임 가능성을 염두에 두는 것이냐는 질문에 그는 “대통령이 인사권자다”고 답했다. 부총재 연임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도 “역시 노코멘트”라고 말했다.
1월 말로 예정된 한은 인사와 관련해서는 안정과 개혁의 균형을 강조했다. 이 총재는 “안정과 개혁의 균형을 추구하려 한다. 어느 정도 예측 가능해야 조직 안정을 추구할 수 있다. 다만 인사가 주는 메시지도 있다”고 밝혔다.
새해를 맞아 우려와 기대 중 어느 쪽에 무게를 두느냐는 질문에 이 총재는 “경기와 물가, 금융안정이 균형을 이뤄 경제가 잘 풀렸으면 한다. 저물가 우려가 있으니 어느 정도 우려를 벗었으면 싶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