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우리 경제의 생산과 소비, 투자 등 주요 지표가 모두 상승했다. 10월 감소에서 미약하지만 증가세로 돌아선 것이다. 향후 경기의 흐름을 보여주는 선행지수도 3개월 연속 높아져 내년 경기 개선에 대한 기대를 갖게 한다.
통계청이 30일 발표한 ‘11월 산업활동동향’에서 산업생산지수(계절조정, 농림어업 제외)는 10월보다 0.4% 증가했다. 3개월 만의 상승이다. 서비스업 생산이 전월보다 1.4% 늘어 지수 상승을 이끌었다. 운수·창고(-0.7%)가 감소했으나 도소매(3.0%), 금융·보험(2.1%)이 증가했다. 광공업 생산은 0.5% 줄어 여전히 부진을 면치 못했다. 반도체가 9.3% 증가한 반면, 자동차가 7.5% 감소했다.
소매판매지수는 3.0% 늘었다. 동절기로 의복 등 준내구재(5.6%)와 신차 출시에 따른 승용차 등 내구재(3.4%) 판매 증가가 두드러졌다. 설비투자는 전월보다 1.1% 증가했다. 전년 동월 대비로는 2018년 11월 이후 12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이어오다 지난달 처음 보합으로 돌아섰다. 기계류(-0.3%)가 줄고, 운송장비(4.6%) 투자가 많이 늘었다.
경기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도 전월보다 0.4포인트(P) 상승했다. 선행지수는 향후 3~6개월의 상황을 나타낸다는 점에서 내년 1분기 이후 경기 반등을 예측하게 한다. 통계청도 경기가 바닥을 다지고 있는 것으로 해석했다.
주요 지표의 상승 반전에도 불구하고 회복의 신호로 보기에는 불안하다. 그동안 크게 부진했던 상황의 기저(基底)효과가 크다. 산업의 핵심인 광공업 생산 감소가 이어졌고, 제조업 평균가동률이 전월보다 1.5%P 하락한 71.8%에 그쳤다. 올해 2월(70.3%) 이후 가장 낮다. 제조업 재고는 0.9% 감소했지만 출하가 더 큰 폭인 1.6% 줄었다. 이에 따라 출하량과 재고량을 비교한 재고율이 116.3%로, 5월(117.9%) 이후 최고치다. 생산한 물량이 덜 팔려 제조업 활력이 계속 떨어지고 있는 것이다. 경기 선행지수가 상승했지만, 현재 경기흐름을 보여주는 동행지수는 두 달 연속 하락했다. 경기 회복을 점치기는 아직 이르다는 얘기다.
경기 지표들이 더 이상의 하락을 멈춘다면 다행이다. 어떻게든 경제활력을 높여 반등의 모멘텀을 살리는 것이 내년 경제운용의 가장 큰 과제다. 경제 활성화의 최우선 전제가 과감한 규제개혁을 통한 투자 촉진임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29일 출입기자단과의 신년감담회에서 또다시 규제개혁을 눈물로 호소했다. 그는 국회의 입법 마비와 공무원들의 소극 행정, 신산업과 기존 기득권 집단 간 갈등이 우리 경제의 미래를 암담하게 만들고 있다고 주장했다. 모든 법·제도와 기득권 장벽을 다 들어내는 혁신 없이는 경기 회복을 이끌어 내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