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장고 끝낸 이재현 회장…CJ 인사 키워드는 '성과주의'ㆍ'글로벌'ㆍ'여성'

입력 2019-12-30 13:24 수정 2019-12-30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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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이재현 CJ그룹 회장, 강신호 CJ제일제당 대표, 차인혁 CJ올리브네트웍스 대표.
▲왼쪽부터 이재현 CJ그룹 회장, 강신호 CJ제일제당 대표, 차인혁 CJ올리브네트웍스 대표.

'성과주의, 글로벌, 여성'. 30일 단행된 CJ그룹 2020년 정기 임원인사 키워드는 3가지로 압축된다.

CJ그룹의 경우 통상적으로 인사가 11월경에 이뤄졌으나 올해는 회사 재무상황 악화 등 리스크가 커지면서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장고가 계속됐다. 업계에서는 대규모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인사가 올해를 넘길 것이라는 예상이 우세했으나, 이 회장은 올해를 하루 남기고 인사를 마무리했다.

이번 인사에는 어수선한 상황에서도 그룹의 원칙을 지켜 안정을 도모하고자 하는 이 회장의 의도가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우선 '비상경영'을 선언한 주력 계열사인 CJ제일제당의 신현재 대표가 교체됐다. CJ그룹은 CJ제일제당 대표이사 겸 식품사업부문 대표에 강신호(58) 총괄부사장을 내정했다. 신임 강 대표이사는 2018년부터 식품사업부문 대표를 지내며 '비비고' 브랜드를 중심으로 K푸드 글로벌 확산을 가속화하고, 가정간편식(HMR) 등 국내 식문화 트렌드를 선도한 인물이다. 전임자인 신 대표는 CJ기술원장으로 자리를 옮겨 R&D 경쟁력 강화와 인재 발굴에 집중한다.

CJ올리브네트웍스 대표이사 겸 그룹 CDO(Chief Digital Officer)에는 차인혁(53) 부사장을 내정했다. 차인혁 CJ올리브네트웍스 신임 대표는 SK텔레콤 IoT사업부문장과 DT(디지털 트랜스포매이션) 추진단장 등을 지내고 9월 CJ그룹에 영입된 외부 인사다. 그는 오랜 기간 국내외 다양한 분야에서 쌓은 경험을 토대로 그룹 전반의 DT전략 및 IT 신사업을 추진하게 된다.

아울러 구창근(46) CJ올리브영 대표와 최진희(51) 스튜디오드래곤 대표, 윤도선(56) CJ대한통운 SCM부문장이 각각 부사장 대우에서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구창근 CJ올리브영 대표이사는 외국계 브랜드와의 경쟁 속에서 토종 ‘헬스앤뷰티(H&B) 스토어’의 지속 성장을 견인하며, 중소 K뷰티 업계와 상생의 산업 생태계를 공고히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최진희 스튜디오드래곤 대표이사는 ‘호텔델루나’, ‘아스달 연대기’ 등으로 K드라마 확산을 이끈 점을 인정받아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최 대표는 CJ 여성 임원 중 내부 승진으로 부사장까지 오른 최초의 사례가 됐다.

이번 인사를 통해 승진한 임원은 58명인데, 통상 70~80명의 승진이 이뤄진 것을 고려하면 보수적 관점에서의 인사가 이뤄졌음을 짐작할 수 있다. CJ그룹은 “철저한 ‘성과주의’ 원칙에 따라 이번 임원 인사를 실시했다"고 설명했다.

두 번째 키워드는 '글로벌'이다. 글로벌 전체 승진 임원 가운데 28%에 해당하는 16명이 해외 본사 및 각 사 글로벌 부문에서 나왔다. 공격적인 해외 시장 투자로 그룹의 재무 부담이 커졌지만 글로벌 사업 확장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는 분석이 나온다.

CJ그룹은 수년간 해외 시장에 공을 들이고 있다. CJ그룹은 최근 슈완스(CJ제일제당), DSC로지스틱스(CJ대한통운) 등의 인수에 성공한 바 있다.

글로벌 인재 확보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8월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 개최한 'CJ 글로벌 데이'는 현지 우수 인력을 초청해 CJ그룹의 사업 현황과 미래 비전을 소개하는 행사로 올해 처음 실시됐다. 이 회장은 당시 행사에서 영상 메시지를 통해 "혼자 꾸는 꿈은 단순한 꿈에 불과하지만 모두 함께 꾸는 꿈은 현실이 될 수 있다"며 행사 참석자에게 CJ로 올 것을 제안했다.

또한, 승진 규모가 축소된 가운데서도 여성 임원 발탁 기조는 이어갔다. 올해 신임 임원은 19명으로 지난해(35명)의 절반 수준이다. 하지만 신임 임원 중 4명이 여성으로 전체 신임 임원의 21%를 차지했다. 신규 임원 중 여성 비율이 20%를 넘은 것은 처음이다.

영양사 출신으로 뛰어난 영업실적을 낸 배수영(45) CJ프레시웨이 FS본부장, 영화상영관을 복합문화공간(컬처플렉스)으로 탈바꿈하는데 기여한 박정신(45) CJ CGV 신성장담당등이 포함됐다.

지난해 임원 인사를 앞두고 "롤모델이 될 여성 임원을 적극 육성하라"고 지시하며 여성 리더 확대를 천명한 이 회장의 의지가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회사 관계자는 “신임임원 여성비중이 20%를 넘은 것은 올해가 처음”이라며 “여성 리더들에게 다양한 기회를 제공하고, 성별에 관계 없이 일·가정 양립이 가능한 조직문화를 확산해 온 결과”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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