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노사분규에 따른 노동손실일수가 일본의 무려 173배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에 비해서는 7.0배, 영국보다는 1.8배 많았다. 노조들이 걸핏하면 파업을 일삼는 까닭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이 한국노동연구원의 해외노동통계를 바탕으로 2007∼2017년 기간 동안의 한·미·일·영 4개국 노사관계 지표를 분석한 결과다.
조사에 따르면 4개국 가운데 우리나라는 노조가입률이 가장 낮은데도 쟁의로 인한 노동손실일수는 가장 많았다. 이 기간 임금근로자 1000명당 연평균 노동손실일수가 한국이 4만2327일, 영국 2만3360일, 미국 6036일, 일본 245일이었다. 평균 쟁의발생 건수는 영국 120.1, 한국 100.8, 미국 13.6, 일본 38.5이었는데, 노조원 1만 명을 기준한 쟁의 건수는 한국이 0.56으로 가장 높았고 영국 0.18, 일본 0.04, 미국 0.01에 그쳤다. 같은 기간 평균 노조가입률은 한국 10.3%, 미국 11.4%, 일본 17.8%, 영국 25.8%다.
우리나라 근로자들의 노조가입률은 낮은 반면, 쟁의가 선진국보다 훨씬 빈번하고, 그에 따른 노동손실의 피해 또한 가장 크다는 얘기다. 한마디로 ‘노조 천국’의 실상을 보여 주는 분석에 다름 아니다. 한국 노동시장이 경직돼 있고 노사관계가 낙후돼 있는 문제는 국제기관들도 공통적으로 지적하고 있다. 다른 선진국들에 비해 형편없이 후진적이다. 세계경제포럼(WEF)의 올해 국가경쟁력 평가에서 한국은 노사협력이 작년 124위에서 130위로 떨어져 세계 꼴찌 수준이었다. 정리해고비용(114위→116위), 고용·해고 유연성(87위→102위), 임금결정 유연성(63위→84위)도 바닥이다. 대립적 노사관계로 노동시장 경직성이 갈수록 악화하고, 인적자본의 효율적 이용이 크게 제약되고 있는 탓이다.
과격한 쟁의 중심의 한국 노사관계는 생산성을 떨어뜨리고 경쟁력 추락으로 이어진다. 일본의 노조 조합원수는 우리 180만7000명의 5.5배인 996만8000명이다. 하지만 쟁의 건수나 노동손실일수는 우리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적다. 그런데도 정부 정책은 친(親)노동으로 일관하고 있다. 선진국에서 대부분 제도화된 파업 시 대체근로 허용, 노조의 직장점거 금지 같은 최소한의 노사균형 환경도 우리나라에서는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는 현실이다.
이런 구조로 경제활력이나 기업경쟁력 회복은 요원하다. 노조에 짓눌려 갈수록 기업하기 어려운 나라가 되고 있다. 그동안 수없이 노동시장 개혁이 강조돼 왔음에도 상황은 더 나빠지고 있다. 철밥통 기득권을 내세운 거대 노조의 고질적 과격 투쟁이 되풀이되는데도 정부는 방조하면서 개혁의 의지조차 보이지 않는다. 혁신의 동력을 잃으면서 우리 경제가 다시 일어날 길도 자꾸 멀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