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11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현행 연 1.50∼1.75%로 동결했다. 시장 예상과 부합하고, 7월 이후 세 차례 연속 내렸던 금리인하 행진을 일단 멈춘 것이다. Fed의 금리 동결 기조는 내년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제롬 파월 Fed 의장은 “금리를 높이려면 지속적이고 의미 있는 인플레이션이 필요하다”며 “현재로서는 전망에 변화가 있을 때까지 기준금리가 적절하며 계속 유지될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 일각에서는 Fed가 내년 한두 차례 금리를 더 낮출 가능성도 있다는 예상이 나온다.
Fed의 통화정책은 글로벌 금융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커, 우리 금리 결정의 중요한 잣대다. 미국 금리 동결은 한국은행이 금리를 인하할 수 있는 재료라는 것이 국내 전문가들의 해석이다. 이번 Fed의 금리 동결 자체에 의미를 부여하기는 어렵지만, 파월 의장 발언과 미 금리 결정을 위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가 ‘완화적’이었다는 점에서 금리인하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는 것이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7월 기준금리를 2016년 6월 이후 3년여 만에 연 1.75%에서 1.50%로 내리면서 금리인하 사이클에 들어섰다. 이후 8월 동결한 뒤 10월에 1.50%에서 1.25%로 한 차례 더 낮췄다. 현재 우리 기준금리는 역대 최저다.
미국보다 한국의 금리가 낮은 상태에서 추가로 금리를 인하할 여력은 부족하다. 여기서 금리를 더 내리면 자본 유출 등의 위험도 커진다. 그러나 한국 경제는 장기적인 경기 침체로 어느 때보다 심각한 상황이다. 저성장·저물가로 인한 디플레이션에 빠져들고 있다는 진단이 잇따르고 있다. 무엇보다 경기 부양에 집중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다.
한은의 추가 금리인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는 이유다. 금리 조정은 대표적인 통화정책 수단이다. 금리를 낮춰 자금을 더 공급함으로써 기업 투자와 소비를 활성화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지금 우리 금리가 사상 최저 수준이지만, 물가가 계속 떨어져 실질 기준금리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높다는 지적도 나온다.
무엇보다 디플레 위험에 대한 선제 대응이 급하다. 정책 대응에 실기해 디플레가 현실화하면 뒤늦게 어떤 경기 대책을 동원해도 먹히기 어렵다. 전문가들이 제로(0) 금리까지 내리는 과감한 조치와, 양적완화를 주장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물론 추가 금리인하로도 경기부양 효과를 장담할 수 없다. 돈이 풀려도 기업의 생산과 투자, 가계 소비를 늘리지 못하고 금융권에서 맴도는 ‘유동성 함정’에 빠져들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통화정책 결정의 적절한 타이밍이 우선 중요하다. 그리고 기업 활력을 살려 투자의 물꼬로 돈이 흐르도록 하는 정책이 반드시 뒷받침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