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롯데가 2013년 롯데제주리조트, 롯데부여리조트를 인수·합병하는 과정에서 각 리조트의 가치를 낮게 평가해 법인세 부담을 일부 회피했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2부(재판장 이정민 부장판사)는 호텔롯데, 롯데건설 등 롯데 계열사 7곳이 서울지방국세청을 상대로 낸 법인세 부과처분 등 취소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호텔롯데는 2013년 롯데제주리조트, 롯데부여리조트를 흡수합병하고, 각 리조트 설립 당시 출자한 롯데건설 등 계열사에 합병 신주를 발행해 교부했다.
서울지방국세청은 2015년 9월부터 2016년 3월까지 실시한 법인제세통합조사에서 각 리조트의 가치가 낮게 평가돼 호텔롯데 주주들이 합병에 따른 이익을 나눠가졌다는 이유로 280억 원 규모의 법인세 부과 처분을 했다. 이들에게 부과된 법인세는 조세심판원 심판청구 절차를 거쳐 272억 원 가량으로 줄었다.
세무당국은 롯데제주리조트 입회보증금 관련 부채는 196억 원가량 높게, 보유 부동산 가치는 162억 원 낮게 평가됐다고 봤다. 롯데부여리조트는 입회보증금 관련 부채가 218억 원 높게 평가됐다고 판단했다.
롯데건설과 관련해서는 2011~2015년 등기이사였던 신영자 전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의 근로 사실이 없음에도 지급된 급여 등에 대해 손금 불산입해야 한다고 보고 법인세 부과 처분을 했다.
이에 호텔롯데, 롯데건설 등 롯데 계열사는 세무당국의 법인세 부과액 중 170억 원이 부당 처분이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각 리조트의 가치가 낮게 평가됐다고 보고 법인세를 부과한 서울지방국세청 등의 처분이 적법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입회금·보증금 등에 관한 채무 가액은 현재 가치 할인액의 합계액만으로 산정돼야 하고, 선수수익과 같은 항목을 부채로 포함할 수는 없다”며 부채가 과대평가됐다고 봤다. 이어 “조세심판원의 재조사 결정에 따른 감정평가가 이 사건 부동산에 대한 비교표준지 등을 적정하게 선정해 평가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각각의 리조트에 대한 부동산 가치도 실제 감정가보다 낮게 책정된 것으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합병 당시) 감정평가에서 비교표준지로 선정된 지역은 ‘임야’인 만큼 이 사건 부동산(임야, 목장용지)과 차이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사건 부동산은 당시 개발이 예정된 부지”라며 “토지에 대한 개발 행위의 가능성 등은 가치를 평가하는 데 있어 주된 요소”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호텔롯데와 각 리조트 간의 합병비율 산정에 있어 경제적 합리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한편 호텔롯데의 리조트 헐값 인수ㆍ합병은 당시 국세청 세무조사로 시작된 롯데그룹 경영 비리에 대한 전방위 검찰 수사 과정에서 총수 일가의 비자금 조성 통로가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지기도 했다. 그러나 신동빈 회장이 경영 비리 사건으로 불구속 기소되는 과정에서 관련 의혹은 검찰의 공소장에 포함되지 않았다. 신 회장은 10월 경영 비리ㆍ국정농단 사건 상고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확정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