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이 글로벌 재무전문가를 또 영입했다. 최근 두 달 사이 벌써 3명째다. 이에 따라 미국 나스닥 상장 작업에 본격적으로 나섰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쿠팡은 알베르토 포나로(Alberto Fornaro) 신임 최고재무관리자(CFO)를 영입했다고 5일 밝혔다. 2011년부터 쿠팡의 재무를 책임졌던 송경찬 CFO는 연말까지 업무를 인계한 후 회사를 떠난다.
포나로 신임 CFO는 한국과 미국, 유럽의 글로벌 상장사 및 비상장사에서 25년간 활동한 재무 전문가다. 쿠팡에 합류하기 전에는 IGT PLC(International Game Technology)의 CFO 겸 EVP로 근무하면서 IGT를 세계적인 게임회사로 성장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IGT 합류 전에는 두산인프라코어건설기계의 글로벌 CFO 및 유럽, 중동, 아프리카(EMEA) 대표를 맡아 글로벌 사업을 이끌었다. 포나로 CFO는 이탈리아 시에나대에서 금융 및 재무 분야의 석사, 학사 학위를 받았고 하버드대 최고경영자과정(Advanced Management Program)을 수료한 후 피아트그룹(Fiat Group), 이탈리아 신용은행(Credito Italiano) 등에서도 재무 담당 임원으로 근무했다.
쿠팡은 최근 들어 글로벌 재무 전문가를 잇따라 영입해 주목을 끌고 있다. 10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RB) 의장 후보로도 거론된 바 있는 거물급 인사인 케빈 워시를 지주사인 쿠팡LLC 이사회 멤버로 선임했다. 이어 지난달에는 나이키와 월마트를 거친 재무 전문가 마이클 파커를 최고회계책임자(CAO)로 영입했다. 파커 CAO는 나이키의 거버넌스 및 외부보고 통제 부문 부사장(VP)을 지내면서 외부 회계감사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보고를 담당한 바 있다. 또한, 딜로이트 뉴욕 본사에서 감사 서비스 매니저로 12년간 근무해 상장 관련 재무관리와 IR 업무에 정통하다.
대부분의 기업에서는 CFO가 재무와 회계를 동시에 맡지만, 쿠팡은 회계책임자 직책을 신설하면서까지 파커 CAO를 영입해 당시 업계에서 다소 의아하다는 평가가 나왔다. 쿠팡 측은 재무 관련 업무가 세분화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이런 정황상 쿠팡이 나스닥 입성을 본격적으로 추진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쿠팡은 2015년 5470억 원, 2016년 5600억 원, 2017년 6388억 원에 이어 지난해에는 1조970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해 누적적자가 3억 원에 육박한다. 올해 역시 ‘쿠팡이츠(음식배달 서비스)’ 등 신사업을 확장 중인 만큼 투자 유치가 절실한 상황이다.
하지만 그간 쿠팡에 30억 달러를 투자해온 손정의 회장의 소프트뱅크(비전펀드)는 올 3분기 사무실 공유 스타트업 ‘위워크’ 지원 등으로 7001억 엔(약 7조4420억 원)의 손실을 기록하자 “앞으론 5년에서 7년 내 순이익을 낼 수 있는 기업에 투자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소프트뱅크의 추가 투자를 유치하기 어려워진 쿠팡이 나스닥 상장을 탈출구로 삼았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송경찬 CFO가 회사를 떠난다는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 송 CFO는 지난 9년간 쿠팡의 재무를 맡으며 고속 성장의 틀을 닦은 인물이다. 특히 소프트뱅크로부터 투자를 끌어낸 개국 공신으로도 통한다. 쿠팡은 개인적인 사유로 송 CFO가 자리를 떠난다고 설명하지만, 업계에서는 나스닥 상장을 위해 해외 증시에 밝은 해외 전문가를 영입했다고 보고 있다. 미국은 적자 기업이라도 기술, 사업 규모, 성장성 등이 좋으면 상장 자격이 주어진다.
다만, 문제는 나스닥 상장 분위기가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점이다. 9월 나스닥에 입성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위워크’는 결국 수익성과 회사 가치에 대한 우려로 상장을 무기한 연기한 바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소프트뱅크가 투자를 회수하기 위해서는 쿠팡의 가치를 높여 상장에 나서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라면서도 “나스닥에서 상장 기업에 대한 논란이 있는 만큼 쉽지 않아 보인다”고 전망했다.
이에 대해 쿠팡 관계자는 “IPO는 아직 계획된 바가 없다”면서 “한국인, 외국인 상관없이 인재 영입에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