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5일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법무부 장관에 지명하면서 ‘원 포인트 개각’을 단행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자리에서 물러난 지 50여 일 만이다.
당초 법무부 장관과 함께 총리 인선도 동시 발표하는 방안을 검토했던 청와대가 추 후보자 한 사람만 인선하는 방식으로 돌아선 배경에는 김진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대한 내부 반발이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차기 총리 후보로 유력하게 거론됐던 4선 김진표 의원을 두고 여권 내부와 진보진영에서의 반발이 거세지자 재고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에 따라 우선 검증이 완료된 법무부 장관 빈자리부터 채우기로 급선회한 것으로 전해진다. 일각에서는 5선 출신으로 민주당 대표까지 지낸 추 의원이 장관으로 가는 것은 ‘급에 맞지 않는다’는 평도 나왔지만 검찰개혁을 이끌 적임자라는 판단이 더 크게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추 후보자는 ‘조국 사태’로 헝클어진 법무부를 수습하고 검찰개혁을 완성해야 하는 중책을 맡게 됐다. 특히 청와대 압수수색에까지 나서며 문재인 정부와 강한 마찰음을 내고 있는 검찰을 상대로 인적쇄신에 나설 가능성이 점쳐진다. 이에 따라 당장 검찰 인사권 조기 행사 여부가 최대 관심사로 떠올랐다. 인사권은 정부가 검찰을 통제하는 가장 효율적인 수단으로 꼽힌다.
청와대와 법무부는 7월 말 검찰 간부급 인사를 단행하면서 검사장급 이상 간부직 6자리를 비워둔 상태다. 검찰 간부 인사는 통상 2월에 이뤄지지만 추 후보자에게는 취임하자마자 인사권을 행사할 수 있는 명분과 여건이 갖춰진 셈이다.
추 후보자가 1월로 앞당겨 조기 인사권을 행사할 경우 문 정부에 부담을 주고 있는 각종 사건 지휘라인이 교체될 가능성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조국 전 장관 일가 수사와 ‘청와대 하명수사 의혹’, ‘유재수 감찰무마 의혹’ 등이 대표적이다. 수사를 지휘하는 대검 간부들이 대거 교체되면 해당 수사는 제동이 걸릴 수밖에 없는 구조다. 새 지휘부가 강한 수사 의지를 갖고 있다 해도 당장 서류검토를 통해 사건 개요를 파악하는 작업부터 다시 해야 하기 때문에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수 있다. 게다가 수뇌부 교체는 결국 윤석열 검찰총장의 손발을 자르는 효과를 낼 것이라는 것이 정치권과 법조계의 시각이다.
추 후보자가 개혁 드라이브와 함께 검찰에 ‘화해의 손길’을 내미는 역할을 동시에 수행할 것이라는 시각도 존재한다. 정권 후반기에 들어선 문 정부로서는 검찰과 극한 대립각을 이어가는 것은 큰 부담일 수 있다. 따라서 학자 출신인 조 전 장관과 달리, 정통 법조인으로 검찰조직을 일정부분 파악하고 있는 추 후보자가 검사들의 자존심을 세워주는 방법을 알 것이라는 기대를 갖고 있을 것이라는 예상이다. 검찰 입장에서도 사법시험 24회로 윤석열 총장(33회)보다 한참 선배 기수 법조인인 만큼 예우를 갖출 명분이 있다.
이에 따라 추 후보자가 한 손으로는 개혁을, 다른 한 손으로는 조율에 나설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5선 출신 당 대표로서의 정치력을 발휘해 공수처 설치 등에 관한 정부와 검찰 사이의 오해를 풀고 뜻이 달랐던 부분은 납득시킴으로써 개혁과 달래기를 동시에 이뤄내는 임무를 수행할 것이라는 관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