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지난달 초 이후 최소 15건 이상의 디폴트가 일어나면서 올 들어 이날까지 연간 디폴트 규모가 1204억 위안(약 20조 원)에 이르렀다. 이에 사상 최대치였던 지난해의 1219억 위안을 경신하는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디폴트 규모 자체는 4조4000억 달러에 달하는 중국 회사채 시장 전체로 보면 작지만, 정부가 살릴 기업을 선별하는 과정에서 디폴트가 확산할 것이라는 우려를 키우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정부는 미·중 무역전쟁과 글로벌 경기둔화로 이미 자국 경제가 취약해진 가운데 맹목적인 지원으로 채권시장을 왜곡시키지 않도록 위험한 줄타기를 해야 한다.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의 왕잉 애널리스트는 “당국은 모든 기업을 구제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올해 중국 부채 이슈는 부동산 개발에서 철강, 신에너지, 소프트웨어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산업에 넓게 퍼진 것이 문제다. 또 부채 상환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들이 민간은 물론 지방 국영기업에서 대학 산하 기업까지 유형이 다양해진 것도 큰 특징이다.
베이징대학이 설립한 베이다방정(北大方正)그룹은 지난 2일 만기가 돌아온 20억 위안 규모의 채권 상환에 실패했다. 같은 날 디스플레이 부품업체 둥쉬광톈커지(東旭光電科技)가 역시 17억 위안 규모 디폴트를 냈다.
본토 채권시장의 불안이 해외로도 번질 것이라는 불안도 커지고 있다. 중국 톈진시 정부 소유 상사인 톈진물산은 중국 대형 국영기업으로는 20여 년 만에 최대 규모 달러화 표시 채권 디폴트를 낼 것이라는 우려 속에 있다. 이 업체는 오는 16일 만기가 돌아오는 3억 달러어치 채권에 대해 디폴트를 낼 가능성이 크다.
이런 악재에도 전문가들은 중국이 아직 채무 위기에 빠질 가능성은 작다고 본다.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지난달 보고서에서 “올해 중국 채권시장 디폴트율도 지난해와 같은 0.5%를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싱가포르은행의 토드 슈버트 채권 부문 전무이사는 “아직 중국 시장이 임계점에 도달했다고 보지는 않는다”며 “중국은 발행인이 많은 큰 시장이다. 제대로 작동하는 자본시장에서 일부 디폴트가 일어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말했다.
JP모건프라이빗뱅크의 앤 장 아시아 채권 부문 대표는 “디폴트는 신용시장에서 자연스러운 일부분”이라며 “모든 시장이 위험에 대해 좋은 가격 책정 메커니즘을 개발하는 것은 장기적으로 긍정적”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