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테크놀로지의 탈(脫)미국화가 속도를 내고 있다.
3일(현지시간) CNBC방송에 따르면 런정페이 화웨이 최고경영자(CEO)는 캐나다 일간지 글로브앤메일과 인터뷰에서 “미국에 있는 화웨이 연구개발센터를 캐나다로 이전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화웨이는 미국의 연구개발센터 운영비로만 5억1000만 달러(약 6000억1500만 원)를 지출했지만 규모를 대폭 줄이고 있다. 600명이던 인력을 줄여 현재 250명만 남겨 놨다.
이 뿐만이 아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이날 미국 대학들과 연구협력 관계가 끊기자 화웨이가 러시아로 달려갔다고 보도했다.
미국 정부가 안보 위협을 이유로 화웨이 제재에 나서면서 지난 18개월 동안 미국의 유수 대학들은 화웨이와의 연구 협력을 취소해왔다.
미국 대학과 연구기관들이 등을 돌린 틈을 타, 지난 6개월 동안 최소 8개의 러시아 대학들과 연구기관들이 화웨이와 파트너십을 새로 맺거나 확대한다고 발표했다.
러시아는 이번 기회에 중국과 과학·기술 파트너십을 확립하는 걸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 화웨이는 인공지능(AI), 데이터 처리 기술, 클라우드 네트워크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분야에서 러시아 대학들과 공동 연구에 착수할 전망이다.
화웨이는 연간 3억 달러 규모의 프로그램을 통해 모바일에서 네트워크, 클라우드 기반시설에 이르기까지 세계 유수 대학들과 공동 기술 개발 및 협력을 진행해왔다. 주로 미국 대학들이 대상이 됐는데 흐름이 바뀌고 있는 것이다.
당원솬 화웨이 최고전략설계자는 “화웨이는 러시아의 산업 분야, 10만 명의 AI 개발자들, 20개 이상 대학들과 협력해 향후 5년 안에 AI 생태계를 건설하는 게 목표”라고 강조했다.
이는 중국 정부의 움직임과도 궤를 같이 한다. 지난 6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정부 및 기업 간 10억 달러 규모의 ‘러-중 과학기술혁신펀드’를 조성하기로 했다. 또 2020년과 2021년에 중-러 과학기술 혁신 협력에 박차를 가하기로 했다.
미국의 제재와 압박에 맞서 중국과 러시아가 밀월을 즐기고 있다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