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의 강등으로 그룹 내 금융계열사의 신용등급이 줄줄이 하락한 가운데 다른 계열사의 신용도 향방에도 관심이 커지고 있다. 그러나 타 계열사의 신용도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27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한국신용평가는 25일 현대자동차의 신용등급을 ‘AAA(부정적)’에서 ‘AA+(안정적)’로 낮췄다. 현대차가 ‘AAA’ 급 지위를 잃게 된 것은 6년 만이다. 기아자동차도 ‘AA+(부정적)’에서 ‘AA(안정적)’로 하락했다.
한신평은 현대차 강등 하루 만인 26일 현대차그룹 금융계열사인 현대카드와 현대캐피탈의 신용등급을 ‘AA+(부정적)’에서 ‘AA(안정적)’로 각각 변경했다. 양사의 자체신용도에는 변화가 없으나 유사시 계열의 지원 가능성을 제거한 탓이다. 현대카드와 현대카드의 기존 등급은 지원가능성을 반영해 1노치 상향돼 있었다.
현대차그룹의 등급 하락이 연이어 나타났으나 이번 등급조정은 현대ㆍ기아차와 캐피탈ㆍ카드사에 국한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현대차 계열사 중 18개사가 장기신용등급을 보유하고 있는 가운데 8개사가 유사시 그룹의 지원가능성을 반영해 자체신용도 대비 1노치 상향돼 있다. 26일 기준 8개사의 신용등급은 △현대커머셜(AA-, 안정적) △현대트랜시스(AA-, 안정적) △현대차증권(A+, 긍정적) △현대케피코(A+, 안정적) △현대비앤지스틸(A0, 안정적) △현대스틸산업(A0, 안정적) △현대로템(A-, 부정적) △현대종합특수강(A-, 안정적)이다.
김상만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8개사는 현대ㆍ기아차와의 신용도 격차가 큰 상태이기 때문에 이번 등급 변동에 따른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의 신용등급 차이는 2노치에서 5노치에 이른다. 신용도 차이가 큰 계열사의 경우 이번 등급하락에 따른 지원능력저하가 해당 계열사에 대한 지원 능력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정도는 아닐 것으로 평가될 가능성이 크다.
반면 현대캐피탈과 현대카드의 경우 지난해 11월 현대ㆍ기아차와 함께 등급전망을 낮춘 데다 신용도 차이가 근소해 등급이 동반 하락할 것이라 예상됐다.
현대차그룹의 지원 주체인 현대차와 신용도 격차가 크지 않거나 지분구조에 따라 현대차와 함께 지원 주체의 역할을 분담할 수 있는 현대제철, 현대글로비스, 현대건설, 이노션의 신용등급에는 계열의 유사시 지원가능성이 반영돼 있지 않다. 이에 등급에 미치는 영향도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한신평은 25일 현대차증권에 대해 IB, 퇴직연금 부문의 강점과 안정적 이익 창출 등을 근거로 장기신용등급을 ‘A+’로 유지하고 전망을 ‘안정적’에서 ‘긍정적’으로 변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