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이 인도네시아의 뜨거운 러브콜을 받고 있다. 전기차를 정책적으로 밀고 있는 인도네시아가 LG화학의 배터리 생산기지를 자국에 유치하는 데 힘을 쏟고 있는 것이다.
다만, LG화학은 동남아시아 물량을 중국 공장을 중심으로 베트남 현지 합작사와 대응하고 있는 상황에서 인도네시아 공장 건설은 부담이다.
25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아구스 구미왕 카르타사스미타 인도네시아 산업부 장관은 최근 LG화학을 방문해 인도네시아 현지에 전기자동차 공장을 설립하는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카르타사스미타 장관은 성명을 통해 LG화학이 현지 공장에 23억 달러(약 2조7084억 원)를 투자하기 위한 예비 조사를 실시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LG화학은 아직까지 공장 건설과 관련한 직접 투자 계획은 전무한 상황이라고 선을 그었다.
회사 관계자는 “투자는 전혀 사실무근”이라며 “장관 방문 시에 인도네시아의 전동화 정책과 관련한 논의를 하고 향후 긴밀히 협력하는 수준으로 대화를 나눈 게 전부이며 공장 투자 관련 직접적인 계획은 아직 전혀 없다”고 일축했다.
LG화학이 아직까지 투자를 확정하고 있지 않지만 만약 인도네시아에 진출한다면 2차전지 소재를 보다 손쉽게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은 있다. 인도네시아는 배터리 핵심 소재인 니켈 등의 원산지로 소재 조달의 지리적 이점이 있다.
또한 LG화학의 인도네시아 진출은 현대자동차 등 국내 기업과의 협력도 강화되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현대차는 인도네시아에 생산공장 건설을 적극 검토 중으로, 이곳에서 전기차 생산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동남아 지역은 최근 친환경 이동수단의 필요성이 높아지면서 전기버스, 전기자동차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 동남아시아는 6억2000만 명에 달하는 인구를 기반으로 전 세계에서 자동차 시장 역시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지역이다.
특히 일본차 브랜드 닛산이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프로스트 앤 설리번에 의뢰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이 지역 차량 구입 예정자 3명 중 1명이 전기차를 선택할 의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 차원의 혜택이라는 조건만 충족된다면 친환경차 시장이 본격 개화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진 것이다.
다만 LG화학이 현지 공장을 설립하는 데까지는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동남아 배터리 물량은 중국 배터리 생산공장에서 대응 가능한 수준이고 인접한 베트남에서는 현지 완성차 업체인 ‘빈패스트’와 합작해 배터리팩을 제조하기로 한 상황이다.
정부 차원의 파격적 세제 혜택 등 지원이나 완성차 업체의 인도네시아 적극 진출이라는 조건 없이는 LG화학이 쉽게 움직이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