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 종료를 ‘조건부 연장’으로 결정하는 것으로 일단락되면서 현재 미국의 전방위 압박에서 한숨 돌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유근 국가안보실 1차장은 22일 “우리 정부는 언제든지 한일 군사비밀정보보호협정 효력을 종료시킬 수 있다는 전제하에 2019년 8월 23일 종료 통보의 효력을 정지시키로 했다”며 “한일 간 수출관리 정책 대화가 정상적으로 진행되는 동안 일본 측의 3개 품목 규제에 대한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절차를 정지키로 했다”고 밝혔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 역시 23일 일본 나고야에서 존 설리번 미 국무부 부장관과 면담을 갖고 우리 정부가 전날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결정을 잠정 정지한 데 대한 배경 등을 설명했다. 강 장관은 한국이 사실상 지소미아 연장 결정을 한 만큼 일본의 수출규제와 화이트리스트(수출 심사 우대국 명단) 배제 조치 철회 필요성 등도 언급했을 것으로 분석된다.
정부가 이 같은 결정을 내린 배경으로는 지소미아 종료 시 한미동맹 현안에 미칠 파장을 최소화할 의도로 풀이된다. 현재 진행되는 방위비 분담금 협상 등에서 미국의 거센 압박이 불가피하다는 게 우려됐던 상황이다. 현재 미국은 약 50억 달러(약 5조8435억 원) 규모의 방위비 분담금을 요구하고 있다. 오히려 미국 입장에서는 한국에 대한 신뢰감을 회복했기 때문에 우선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서도 한국의 입지가 비교적 커질 가능성도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결국 일본이 수출규제와 관련한 협의에 응하는 상황을 만들었기 때문에 한국은 일단 초기 목표를 달성한 셈이다. 아울러, 일본에 대해 대승적으로 양보했다는 시각으로, 도덕적 우위를 점했다는 것도 한국이 향후 협상에서 명분을 얻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 입장에서는 이번 지소미아 연장으로 인해 한일 관계에 더욱 적극적인 개입을 할 여지가 생겼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국이 종료를 일단 연기한 만큼 압박을 펼치기보다는 한미일 안보협력 회복을 위한 유화 조치에 들어갈 가능성이 더 크다는 것이다. 수출규제 이후 파문이 발생하고, 강제 징용 문제가 쟁점화한 것은 일본 정부로 보면 부분적 성과로 볼 수 있다.
이처럼 8월 우리 정부가 지소미아 즉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종료 결정을 발표하면서 시작된 지소미아 충돌 파문은 한, 미, 일 3국 간 외교전을 유발했다. 3개월 동안 치열하게 전개된 외교전으로 인해 지소미아 파문이 봉합으로 정리되면서 한미일 3국 각각 이득을 본 반면, 손실도 만만치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은 한국의 지소미아 종료 결정을 번복시켰고, 일본의 수출규제 대응 태도를 변경시켰다는 점에서 영향력을 과시했지만, 한국과 일본을 거칠게 압박하는 과정에서 반미 감정을 잠재적으로 촉발한 것은 부담으로 남는다.
지소미아 종료를 6시간 앞두고 봉합됐으나 과제는 다음 달 중 열리는 한일 정상회담으로 넘어간다. 한일 정상회담이 개최된다면 강제징용, 수출규제, 지소미아 중에서 앞으로는 강제징용 문제를 집중적으로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