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유럽연합(EU)을 대상으로 자동차 관세를 부과할 수 있는 새로운 조사에 착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21일(현지시간)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가 사정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수입차가 안보에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상무부의 보고서를 받고 나서도 만료 시한인 이달 13일까지 아무런 결정을 내리지 않았다.
상무부 조사는 1962년 제정된 무역확장법 232조에 근거한 것이었다. 이 법은 수입 제품이 미국 국가안보에 위협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하면 정부가 수입을 제한하거나 최대 25% 관세를 매길 수 있다.
통상법 전문가들은 이미 트럼프가 결정 시한을 놓쳤기 때문에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른 자동차 관세를 부과하면 법에 저촉될 수 있다는 강력한 이의 제기에 직면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폴리티코는 트럼프가 또 다른 카드를 쥐고 있다고 지적했다. 바로 1974년 제정된 무역법 301조다. 해당 법안은 불공정한 무역관행에 미국 정부가 제재를 가할 수 있는 근거를 제공하고 있다. 앞서 미국은 지난 2017년 중국의 지식재산권 침해와 기술이전 강요 등을 대상으로 무역법 301조 조사를 실시하고 나서 지난해부터 중국산 수입품에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는 미·중 무역 전쟁을 시작했다.
폴리티코는 무역법 301조에 의거한 조사가 무역확장법 232조보다 잠재적으로 더욱 광범위해질 가능성이 크다며 미국은 수많은 유럽 산업에 대해 보조금과 기타 프로그램을 면밀히 조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는 미국이 EU에 대해 자동차 관세를 부과할 새 기회를 열어주는 것이다.
트럼프는 EU가 미국산 자동차에 10% 관세를 부과하지만, 미국은 승용차에 2.5% 관세만 적용한다며 계속해서 불만을 터뜨렸다. 그는 또 미국의 대EU 상품 무역적자가 1510억 달러(약 178조 원)에 달한다며 이는 매우 불공정한 무역 관계라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주 뉴욕이코노믹클럽 연설에서 트럼프는 “많은 국가가 미국에 엄청나게 높은 관세를 부과하거나 넘기 불가능한 무역 장벽을 구축하고 있다”며 “솔직해지겠다. EU는 아주 매우 어렵다. 그들이 세운 장벽들은 끔찍하다. 여러 면에서 중국보다 더 나쁘다”고 비난했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무역법 301조에 따른 조사를 담당하고 있는데 EU에 새 조사를 시작할지에 대한 문의에 답변하지 않았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트럼프가 232조에 따른 조치를 포기하는 대신 무역법 301조에 근거한 관세 조치를 목표로 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EU는 물론 한국과 일본 등 다른 자동차 강국도 미국의 표적이 될 수 있어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한 일본 자동차업체 임원은 WSJ에 “미국의 기존 자동차 관세 적용 가능성이 13일 끝난 것은 좋은 조짐”이라며 “그러나 이제 괜찮아졌다고 일본에 말하지는 않을 것이다. 미국 정부는 예측할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