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스타트업이지만 나중에 여기서 미래에셋이 나올지 어떻게 알겠나."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5일 저녁 서울 종로구 한 치킨집에서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스타트업 대표 7명과 함께 '치맥 미팅'을 열고 이같이 말했다.
박 회장과 박 장관은 오후 7시 51분께 가게 지하로 내려와 김성준 렌딧 대표이사, 이효진 8퍼센트 대표이사, 김재연 정육각 대표이사, 김기웅 심플프로젝트컴퍼니 대표이사, 김민웅 더스킨팩토리대표이사, 황인승 클링크컴퍼니 대표이사, 김태경 어메이징브루잉 대표이사 등과 인사를 나눈 뒤 자리에 앉았다.
박 장관은 앞에 앉은 김성준 렌딧 대표이사를 가리키며 "박용만 회장 한 번 업어드리라"고 권했다.
지난달 31일 개인 간 거래(P2P) 금융의 법적 근거와 요건을 명시한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법 및 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P2P법)' 제정안이 통과된 뒤 김 대표가 자신의 SNS에서 "박용만 회장님! 꼭 업어드릴게요"라고 말한 것을 염두에 둔 것이었다.
하지만 박 회장은 "좁아서 안 된다"며 한사코 웃으며 거절했다.
생맥주가 서빙되자 박 회장은 "이게 어메이징 브루잉 맥주냐"고 물으며 관심을 표했다. 김태경 어메이징브루잉 대표이사는 "이건 다른 맥주"라며 "따로 캔맥주를 챙겨왔다"고 답했다.
이날 박 장관은 'P2P법' 통과에 대한 박 회장의 공로를 지속해서 추켜세웠다.
그는 "(박용만) 회장님은 8월에 법 통과시키려고 더운 여름에 의원 방 돌고 7㎞를 걸었다고 했다"며 "방에 오더니 '못 만난 의원들에게 지금이라도 전화 걸어야겠다. 누구한테 드리는 게 가장 통과시킬 수 있는지'를 물었다”고 회고했다.
이에 박 회장은 “지금은 스타트업이지만 여기서 미래에셋이 나올지 어떻게 아냐"며 "새로운 도시재생, 부동산 개발업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시작 업종이 중요한 게 아니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 스타트업들이 나중에 기업 생태계의 큰 자리를 차지하면 장관님하고 나랑 역사를 쓰는 것"이라고 웃으며 말했다.
이 과정에서 헤프닝이 일기도 했다.
박 회장이 렌딧과 8퍼센트를 칭하면서 "대부업"이라고 표현한 것이다. 이에 양사 대표는 웃으며 "온라인 투자연계 금융업, 온투업"이라고 정정했고 박 회장도 미소를 띠며 정정했다.
김성준 렌딧 대표는 법 통과 이후 변화를 묻는 박 장관의 말에 "대표적으로 국내외 여러 금융회사가 다같이 하자는 연락을 많이 한다"며 "법이 명확하면 투자할 때 투자자가 보호받고, 회사가 자금을 유용하지 못하게 된다. 그만큼 자신감 갖고 할 수 있다"고 밝혔다.
박 장관은 스타트업의 미래에 대한 자신의 생각도 피력했다.
그는 "오늘 점심에 프랑스 세드리크 오 프랑스 국무장관과 그 아버님과 셋이서 식사를 했다"며 "지금 프랑스 스타트업체 문제점을 얘기했는데, 한국과 상황이 똑같았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우선 금융 문제를 풀어주는 데 정부가 할 수 있는 역할이 제한적이다. 벤처와 스타트업을 상장해 주식 시장을 만들 고민을 한다"며 "스타트업은 앞서가는데 정부가 쫓아가지 못하는 것도 고민"이라고 우려했다.
아울러 "30년 전 한국은 프랑스의 테제베 기술을 받곤 했는데 이제는 거의 동등한 위치에 섰다"며 "디지털화에서 미국과 중국 패권에 끌려가면 안 된다는 데 공감했고, 양국이 손을 잡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또 박 장관은 "11월 말 OECD 회의 참석차 파리에 가는데 이때 관련 협약을 맺기로 했다"며 "양국 스타트업의 글로벌화를 위해 교류 맺자는 내용이다. 여러분들도 유럽 진출 많이 해 글로벌 기업으로 거듭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