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통상자원부 산하 공공기관이 내년에 쓸 돈 1조5000억 원을 올해 안에 풀기로 했다. 올해 경제성장률(GDP) 2% 달성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인 가운데 내년도 투자 금액까지 당겨 경기를 살려 보자는 취지로 풀이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5일 서울 종로구 한국무역보험공사에서 성윤모 장관 주재로 소관 공공기관장 회의를 열었다.
이날 회의에는 산업부 관할 한국전력, 한국가스공사, 한국수력원자력 등 41개 공공기관의 기관장이 참석해 경기 활성화를 위한 공공기관의 역할 강화를 비롯해 공직기강 확립, 공공성 제고 방안 등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
참석자들은 송배전 설비 및 정보통신기술(ICT) 확충 등 올해 투자하기로 한 22조 원을 차질없이 집행하고 공공기관의 물품‧용역 등 구매와 관련해서도 올해 계획된 14조8000억 원을 연내 100% 이행하기로 했다.
성 장관은 이 자리에서 “일본의 수출규제, 미·중 무역분쟁 등 글로벌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가운데 우리 경제도 엄중한 상황에 놓여 있다”며 “우리 경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공공기관이 산업부와 합심해 경제 활성화를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 달라”고 당부했다.
산업부는 다음 달에도 회의를 열어 공공기관 투자·소비 이행 상황과 복무 기강 확립, 안전사고 대비, 적극 행정 정착 등을 점검한다는 계획이다.
이날 회의에서 눈에 띄는 점은 공공기관의 내년 투자 계획 중 일부를 올해 조기 집행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공공기관은 경제활력을 높이기 위해 활용 가능한 수단을 총동원해 내년도 투자계획 가운데 1조5000억 원을 올해로 당겨 투자하기로 했다.
이는 최근 어려운 경제 상황을 타개하려는 정부의 몸부림 일부다. 공공기관의 내년 투자 금액까지 올해로 당겨 어떻게든 2% 경제성장률을 방어하려는 노력인 셈이다.
정부는 올해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을 통해 성장률 목표를 애초 2.6~2.7%보다 0.2%포인트(P) 낮춘 2.4~2.5%로 수정했다가 최근 다시 2.0~2.1%까지 낮췄다. 세계적으로 OECD(경제협력개발기구)와 IMF(국제통화기금) 등 주요 국제기구와 글로벌 신용평가사들 역시 올해 한국경제 성장률을 2% 초반대로 일제히 낮췄다. 1%대 성장률을 예상한 곳도 있다.
문제는 2%대 성장률도 쉽지 않다는 점이다. 한국은행이 최근 발표한 3분기 GDP 성장률은 전 분기 대비 0.4%에 그쳐 시장 예상치 0.5~0.6%를 넘지 못했다. 이에 따라 4분기 GDP 성장률이 1.0%는 나와야 연간 2.0% 성장이 가능한데, 시장에서는 ‘잠재성장률 수준 0.7%도 힘들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1960년대 이후 경제성장률이 2.0%를 넘지 못한 경우는 제2차 석유파동이 터진 1980년(-1.7%), 외환위기 직격탄을 맞은 1998년(-5.5%),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0.8%) 등 3차례에 불과하다.
여당에서는 발등에 불이 떨어진 셈이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2%대 경제성장률이 무너진다면 ‘먹고사는 문제’에 민감한 유권자들이 여당에 등을 돌릴 수 있기 때문이다.
조정식 정책위의장은 이날 정책조정회의에서 “당정은 올해 남은 두 달간 경기 하방 압력에 대응하기 위해 모든 정책수단을 총동원할 것”이라며 “7일 당정 확대재정관리점검회의를 개최해 (올해) 예산 집행 현황을 점검하고 이월액·불용액 최소화를 통해 소중한 예산이 적재적소에, 적기에 쓰이도록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