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상증자나 CB(전환사채) 등 투자 유치를 결정해놓고 실제 납입을 미루는 경우가 속출하면서 투자자들이 애를 태우고 있다.
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10월 이후 유상증자나 CB 발행을 연기한 경우는 모두 106건에 달했다. 반대로 납입일을 일정보다 앞당긴 경우도 10여 건 있었다. 다만 납입일을 앞당긴 기업의 경우 대부분 이를 번복하고 납입일을 다시 연기했다.
눈에 띄는 점은 최근 들어 납입 연기 공시가 급증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10월 중순까지 일별 2~9건이던 납입연기 공시는 지난주 7~13건으로 크게 늘었다.
가장 연기 시기가 짧은 기업은은 테라셈으로 운영자금 조달 목적으로 결정한 10억 원 규모 유상증자의 납입일을 지난달 24일에서 25일로 하루 연기했다. 다음은 바른테크놀로지로 기존 1일이던 100억 원 규모 CB 납입일을 이날(4일)로 사흘 연장했다. 이 회사는 타 법인증권 취득을 위해 자금조달을 결정했다.
엔에스엔은 일주일 사이 무려 3건의 CB 발행 납입일을 연기했다. 18회 차(150억 원, 카이로스프라이빗에쿼티 대상), 19회 차(100억 원, 그린리즈 대상), 20회 차(100억 원, 메이 1호조합 대상) CB 등이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납입일 연기는 일반적으로 악재로 평가된다. 자금 조달에 문제가 생겼거나 투자에 문제가 있는 기업으로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바른테크놀로지는 해당 사실을 1일 장 마감 후 공시한 후 다음 거래일인 이날 장 초반 하락세를 보였고, 현성바이탈도 공시 당일 5% 넘게 하락했다. 엔에스엔도 해당 공시일 4% 넘게 내렸다.
전 거래일 유상증자와 CB의 납입일을 모두 연기한 리켐도 3% 넘게 하락한 데 이어 장중 8% 넘는 하락폭을 기록했고, 유상증자를 연기한 에스제이케이도 장중 8% 가까운 낙폭을 보였다.
이 밖에도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 종목이 공시 당일을 전후해 하락 마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주가 상승세가 뚜렷한 종목도 납입일 연기 공시 날에는 약세를 기록했다.
납입일 연기에 민감한 이유는 해당 납입이 기약 없이 늦어지거나 이로 인해 벌점을 부과받아 불성실공시 법인으로 지정될 수 있기 때문이다.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되면 벌점 정도에 따라 거래정지 등 추가적인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CB나 유상증자의) 납입과 상관없이 일단 부르고 보는 경향이 많았다”면서도 “최근에는 최초 결정한 납입금의 일정 수준을 입금하지 못하면 불이익이 따른다”고 설명했다.
이어 “유치한 투자금액이 많을수록 시장에서는 기대 반, 불안 반으로 바라볼 것”이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