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미국 10년물 채권금리간 역전이 1년11개월만에 해소됐다. 5년물도 정상화됐다.
국내 수급문제와 미중 무역협상 진전 등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다만 최근 원화환율이 급격히 강세(원·달러 환율 하락)로 돌아선데다 외환스왑포인트(FX스왑포인트) 역전폭이 크게 줄어든 일종의 착시효과라는 진단도 나왔다. 역전 해소 상황이 굳히기 모드로 접어들지 재역전을 허용할지는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관측이다.
이에 따라 한미 채권간 금리차는 10년물의 경우 4.04bp(1bp=0.01%포인트), 5년물의 경우 6.35bp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각각 2월5일(9.62bp)과 2월13일(0.09bp) 이후 처음으로 역전이 해소된 것이다.
통상 선진국 대표 채권인 미국채 금리가 신흥국 채권으로 분류되는 원화채 금리보다 낮은게 보통이다.
◇ 미중 무역협상 우려에 미국채 하락 vs MBS·적자국채·외인매도에 원화채 상승 = 지난밤 미국채 금리 하락은 미중간 1단계 무역협상 합의가 임박한 가운데 중국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장기 무역협상 합의에 회의적인 반응이 나왔기 때문이다. 미국채 금리는 최근 미중 무역협상과 관련한 재료로 등락을 반복해 왔었다.
반면, 원화채권 금리는 8월부터 상승세를 지속 중이다. 제2 안심전환대출 출시와 관련한 한국주택금융공사 주택저당증권(MBS) 발행과 정부의 내년도 적자국채 발행 확대 등 수급이슈가 맞물린 때문이다. 특히 10년물 국채선물 시장에서 외국인은 지난달 7일부터 29일까지 16거래일연속 순매도하며 2010년말 국채선물 재상장 이후 역대 최장 기간 순매도를 기록하기도 했었다. 같은 기간 외국인의 10년선물 순매도 규모는 3만4449계약에 달했다.
이와 관련해 증권사의 한 채권담당 본부장은 “정상화 차원으로 보고 있다. 그간 역전이 과했던 것도 사실이기 때문”이라면 “원화채 시장은 하반기와 연말을 맞아 수급문제로 금리하락에 한계가 있었던 반면, 미국은 미중간 무역이슈와 글로벌 지위에서 금리상승이 꾸준하긴 어려웠던 부분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원화채 쪽에 연말까지 수급이슈가 있어 언제든 역전을 반복할 수 있겠다”면서도 “다만 예전처럼 큰 폭의 역전은 어려울 것으로 본다. 한미간 공통으로 기준금리가 묶여있는 상황도 있다. 연말까지는 미국채를 사고 원화채를 매도하는 포지션도 유효해 보인다”고 덧붙였다.
또다른 증권사 채권담당 임원도 “원화채는 수급 등 이슈가 불거지며 금리가 오른 탓에 현재 금리 상황은 정상보다 다소 높다는 생각이다. 반면 미국은 경제상황에 비해 금리가 낮은 것으로 보인다”며 “정상화가 오래 지속되지 않을 것으로 본다. 문제는 원화채의 단기 수급 상황”이라고 말했다.
자산운용사의 한 채권 본부장은 “매크로(경제)가 좋아서 정상화 됐다면 좋겠지만 미국은 가만히 있는데 우리만 좀 많이 오른 것 같다. 매크로 보단 외인 선물매도, 국내 공급이슈, 기관 손절 등 수급요인이었던 것 같다”며 “단기적으로는 국내 공급이슈가 크고 외인 매도가 지속되고 있어 역전해소 상황이 계속될 수 있겠다. 다만 외국인이 돌아오는 상황이라면 재역전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고 밝혔다.
◇ 한미 기준금리 역전 해소돼야..원·달러 하락+스왑포인트 역전 축소 감안시 변화없어 = 한미 금리차 역전해소가 완전하려면 한미간 기준금리 역전이 해소돼야 한다는 분석도 나왔다. 실제 정책금리는 한국이 1.25%, 미국이 1.50~1.75%로 미국이 50bp 더 높다. 미국이 제로금리 수준을 정상화하면서 양국간 기준금리는 작년 3월부터 역전돼 왔다.
김상훈 KB증권 연구원은 “한국은행은 올해 2번, 미 연준(Fed)은 올해 3번 금리인하를 단행한 후 마무리 국면이다. 국내는 추가 금리인하가 많아야 한번으로 일러야 내년 2분기(4~5월)로 예상되고 있다. 이런 부문이 양국간 금리 역전 해소의 한 원인”이라며 “한미 금리 역전이 완전히 해소되려면 기준금리가 비슷한 수준이 돼야 한다. 현재는 우리가 낮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반면, 최근 원·달러 환율 하락과 FX스왑포인트 역전폭 축소 등에 따른 사실상의 착시효과라는 관측도 나왔다. 구혜영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5월말과 10월말 원·달러 환율과 스왑레이트를 감안한 국고채 10년물과 미국채 10년물 금리를 비교해보면 별 차이가 없다”며 “최근 1~2주간 원·달러 환율이 강세로 반전한데다 스왑레이트 역전폭도 크게 축소됐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실제 원·달러는 31일 장중 한때 1159.6원까지 떨어져 7월1일 장중 기록한 1148.9원 이후 4개월여만에 최저치를 경신하기도 했다. 스왑레이트를 가격으로 계산한 스왑포인트는 1개월물 기준 마이너스(-)70전, 1년물 기준 -12원20전으로 각각 1년1개월과 1년7개월만에 역전폭이 가장 적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