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제약기업들이 제약 선진국 영국과 연구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신약 개발을 가속해 세계 시장에서 'K-바이오'의 영향력을 높일 수 있을지 주목된다.
1일 업계에 따르면 다수의 국내 제약기업이 영국의 바이오기업과 글로벌 오픈 이노베이션을 진행하고 있다.
부광약품은 영국 던디대학의 신약개발유닛(Drug Discovery Unit·DDU)과 파킨슨병 치료제 개발을 위한 수백만 파운드(수십억 원) 규모의 파트너십 계약을 맺었다. 2006년 설립된 DDU는 다국적제약사에서 경험을 쌓은 100여 명의 전문 연구진이 포진한 바이오테크다. 부광약품 외에도 GSK, 화이자, 아스트라제네카, 다케다 등과 협업하고 있다.
부광약품과 던디대학은 인체의 단백질 분해시스템을 이용해 표적질환의 원인 단백질을 제거하는 기술을 기반으로 신약을 개발하고 있다. 파킨슨병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단백질을 없애는 치료제로, 현재 물질탐색 막바지 단계다.
이 기술은 최근 길리어드와 다케다 등 여러 다국적 제약사들이 새로운 신약개발 플랫폼으로 주목하고 있다. 최근에는 미국 생명공학기업 아비나스가 관련 임상 1상 시험에서 주요 효능평가 지표를 충족해 눈길을 끌었다. 아비나스는 지난해 초 화이자와 8억3000만 달러(약 1조 원) 규모의 파트너십 계약을 맺은 바 있다.
부광약품 관계자는 "유럽 임상 2상에 들어간 파킨슨병 이상운동증 치료제 및 전임상 단계인 아침무동증 치료제에 이어 파킨슨병 치료제 개발을 가속하고 있다"면서 "활발한 오픈 이노베이션을 토대로 중추신경계(CNS) 질환 중심 파이프라인을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설명했다.
광동제약은 영국 바이오기업과 함께 정밀 의학 기반 진단기술 분야에 진출할 채비를 차렸다. 영국 옥스퍼드대 종양학 교수들이 설립한 옥스퍼드 캔서 바이오마커스와 6월 투자 파트너십을 체결, 인공지능(AI) 기반 디지털 병리 예후예측 알고리즘과 유전자 검사를 통한 항암제 독성 여부를 알려주는 제품의 개발기회를 확보했다.
옥스퍼드 캔서 바이오마커스는 항암 치료 환자들의 유전자 패널 분석을 통해 항암제의 효율성과 독성 위험을 식별하게 해주는 '톡스나브' 플랫폼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이미 AI 기반 디지털 병리 분석 알고리즘을 활용해 암 환자의 재발 위험을 분석할 수 있는 디지털 병리 플랫폼을 중국에 출시했다.
LG화학은 영국 케임브리지의 연구개발 전문 바이오기업 아박타의 단백질 치료제 플랫폼 기술을 활용해 항암·면역질환 타깃물질을 공동개발하고 있다. 기존 항체의약품의 한계를 극복할 차세대 단백질 치료제다.
아박타는 기존 항체보다 분자 크기가 작은 단백질 플랫폼 기술 '아피머'를 보유하고 있다. 타깃물질에 대한 초기 연구 단계를 주도적으로 진행해 후보 물질을 발굴하고, LG화학은 전임상부터 상업화까지 진행할 계획이다.
JW중외제약은 후성유전학 기반의 차세대 항암제를 개발하는 영국 아르고너트 테라퓨틱스에 약 30억 원을 지분 투자해 2대 주주로 올라섰다.
아르고너트는 2016년 설립된 옥스퍼드의 스타트업 벤처기업이다. 교모세포종, 췌장암, 전이성 위암 등을 적응증으로 한 PRMT5 저해제를 연구하고 있다. PRMT5는 후성유전학과 관련된 새로운 작용기전의 혁신신약 연구가 활발해지면서 유망한 항암 타깃으로 각광받고 있다. 앞서 글로벌 제약사 MSD는 5억1500만 달러(약 5800억 원)을 들여 영국 암 연구소의 PRMT5 저해제 물질을 기술 도입했다.
영국은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 아스트라제네카 등 글로벌 빅파마를 보유한 제약 강국이다. 오랜 전통과 우수한 연구기반을 보유한 케임브리지, 옥스퍼드 등 세계적 수준의 대학을 중심으로 생명과학 산업 관련 연구소들이 집적된 클러스터가 구축돼 있다. 특히 국민보건서비스(NHS)의 임상 및 병력 분야에 축적된 역량, 연구기관 간 정보 및 인력의 유기적 교류, AI와 같은 신규 영역 활용 등에서 우수한 평가를 받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영국의 제약·바이오산업은 위험분산을 위해 스타트업 기업과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공유하는 오픈 이노베이션이 활성화돼 있다"면서 "한국 제약산업이 유럽에 진출하는 교두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