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갑 한국전력 사장과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의 갈등이 골이 깊어지는 모양새다. 김 사장이 작심 발언을 통해 정부에 정면으로 반기를 들자 성 장관은 적절치 않은 발언이라며 강하게 반박했다. 한국의 에너지를 주관하는 정부 부처와 전력 공급을 담당하는 공기업의 엇박자 행보가 심상치 않다.
성 장관은 30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전기요금 할인특례와 관련한 모든 제도를 일괄적으로 폐지할지를 논의하는 것은 적절치 않은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전기 요금 할인특례를 모두 폐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한전 사장의 인터뷰가 사실이냐'는 더불어민주당 최인호 의원의 질문에 "한전 사장이 언급한 요금체제 개편을 협의한 바 없고, 정부에서 검토하고 있지 않다"며 이같이 답한 것이다.
전날 김 사장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정부에 묵직한 한 방을 날렸다. 각종 전기요금 한시 특례할인 제도를 없애겠다는 뜻을 밝힌 것. 최악의 적자가 이어지자 적자 폭을 줄이기 위해 전기요금 인상 대신 할인 혜택을 없애겠다는 의미다.
김 사장은 "현재 온갖 할인 제도가 전기요금에 포함돼 누더기가 됐다"며 "새로운 특례할인은 없어야 하고, 운영 중인 한시적 특례는 모두 일몰시키겠다"고 말했다.
주택용 절전 할인은 물론 신재생 에너지 할인과 에너지저장장치(ESS) 충전 할인, 전기차 충전 할인, 초·중·고교 및 전통시장 할인 등을 원칙적으로 모두 없애 부담을 덜겠다는 것이다.
진짜는 이후 발언이다. 김 사장은 "정부와 용도별 요금 원가 공개를 협의하고 있다"며 "야단을 맞더라도 (주택용, 산업용 등) 용도별 원가를 공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내년 상반기까지 필수사용량 공제 폐지와 계절·시간별 요금제 도입을 추진할 계획"이라면서 "제세 부과금 제도도 개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더는 정부가 시키는 대로 꼭두각시 노릇을 하지 않겠다는 일침이다.
정부는 당황스럽다는 입장이다. 정부도 한전이 적자 누적을 타개하기 위한 방안을 다각도로 검토하는 것은 이해한다면서도 신재생 에너지 할인이나 전기차 충전 할인 등에 대한 업계 요구나 사실상의 전기요금 인상에 대한 여론 부담 등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날 성 장관의 발언도 같은 맥락이다.
김 사장의 정부에 대한 반기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그는 다음 달 미국 뉴욕과 보스턴에서 외국인 주주 대상으로 투자설명회를 개최할 계획이라면서 "정부가 요금을 통제하니 재무성과가 나쁠 수밖에 없다"면서 "요금체계가 개선될 때까지 참아달라고 설득할 것"이라며 우회적으로 정부를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