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패는 알고 있는 기술 영역이 아닌, 잘 알지 못하는 영역에 대해 얼마나 많이 고민하고 그 해답을 찾아가고 있는가에 달려있다.”
정기택 한화케미칼 연구원은 친환경 플라스틱 가소제를 개발하는 데 성공하며 ‘플라스틱은 환경오염의 주범’이라는 틀을 깨고 플라스틱도 친환경적일 수 있다는 개념을 정립했다.
정 연구원은 30일 산업통상자원부가 주최하고 한국산업기술진흥원(KIAT)이 주관하는 ‘2019 소재부품 기술개발 유공 포상’에서 친환경 가소제를 개발한 공로로 ‘산업포장’을 수상했다.
이 포상은 소재부품 산업 발전에 이바지한 유공자를 선정해 주는 것으로 2000년부터 매년 시상해오고 있다. 올해는 산업훈장, 산업포장, 대통령 표창 등 총 35명이 수상했다.
정 연구원은 프탈레이트 성분이 없는 친환경 가소제(제품명 에코 데치)를 개발해 상업화시킨 공로를 인정받았다. 가소제는 플라스틱 가공에 필수적인 물질이지만 프탈레이트 성분의 유해성 논란이 끊이지 않으며 일부 제품에는 사용이 제한되고 있다.
정 연구원은 친환경 가소제 개발에 성공한 비법으로 ‘IAA 법칙’을 제시했다.
IAA 법칙은 ‘Identification·문제에 대한 정확한 정의’, ‘Approach·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확한 접근 방법’, ‘Assumption·문제를 해결하는 데 필요한 가정과 전제’라는 법칙을 마음에 담고 연구를 진행했다.
그 결과 친환경 가소제 제조기술은 2014년 국가기술표준원으로부터 신기술 인증을 받았다.
세계적으로도 글로벌 화학사들이 비(非)프탈레이트계 친환경 가소제를 생산 중이나, 내한성, 내후성, 초기점도 등 품질 측면에서 약점이 있으나, 정 연구원의 친환경 제품 개발이 성공하면서 가소제 산업의 발전을 이끈 것이다.
특히 기술 개발 이후 상업화 단계에서 핵심기술인 수소첨가 공정의 높은 제조 비용으로 인해 경제성의 한계를 보이기도 했으나, 다양한 연구를 통해 비용을 약 50% 줄이는 기술을 개발해 상업화를 가능하게 했다.
8년간의 연구 끝에 독자 개발에 성공한 친환경 가소제는 미국 식약청, 국제공인 분석기관 SGS(Societe Generale de Surveillance)에서 각종 안전성 검사를 통과했다. 한화케미칼의 대표적인 특화제품 중 하나로 국내외 10여 개의 특허를 취득했다. 또한 유럽, 중국, 일본 등에 물질 등록을 진행하며 글로벌 시장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한화케미칼은 울산 공장에서 1만 5000톤 규모의 친환경 가소제를 생산하고 있으며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국내 시장의 90% 이상을 대체했다. 또한 프탈레이트 성분이 국제적으로 유해물질로 지정되며 사용이 제한됨에 따라 기존 가소제 시장을 대체해 나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국내외 가소제 제조업체에서도 친환경 가소제 개발을 진행 중이며 이를 기반으로 국내외 친환경 가소제의 시장이 크게 성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