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송파구 풍납동 미성아파트가 정밀안전진단의 직전 단계인 ‘현지조사’를 통과했다. 최근 안전진단 기준 강화로 재건축 추진 단지들이 이 단계에서 잇따라 제동이 걸리고 있지만, 풍납 미성아파트는 첫 문턱을 넘은 만큼 내년 초 정밀안전진단 신청을 목표로 재건축사업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24일 부동산업계와 송파구청에 따르면 풍납 미성아파트는 이달 초 진행한 재건축 현지조사에서 D등급을 받았다.
현지조사는 통상 예비안전진단으로 불리는 단계로 정밀안전진단으로 가는 직전 단계다. 건물 설비 노후도와 주거 환경 등을 살핀 뒤 정밀안전진단이 필요한지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최근 서울 노원구 월계시영아파트(3930가구)가 이 단계에서 고배를 마시며 재건축 추진에 발목이 잡혔다. 풍납 미성아파트는 재건축 첫 관문 앞에 설 수 있는 길이 열린 셈이다.
풍납 미성아파트는 4개동 275가구 미만의 소규모 단지로 1985년 준공됐다. 올해로 입주 34년차다. 이 단지는 준공 20년 차였던 2005년 리모델링을 추진했다. 당시 문화재 보호구역 내에 위치한 아파트들은 지상 5층 이상 신축 건물을 세우지 못하고 지하 2m 이상 땅을 파내지 못하는 등 재산권 행사에 제약을 받던 때였다. 이 때문에 풍납 미성아파트는 리모델링으로 주거 환경 개선에 해법을 찾은 첫 사례로 주목을 받았지만 결국 추가 분담금이 예상보다 많아 사업을 중단했다.
문화재 보존구역이라는 특수성으로 인해 강남3구(강남ㆍ서초ㆍ송파구)에 속하는데도 부동산시장에서 크게 주목받지 못하고, 재건축도 추진하지 못하는 사이 아파트 노후화로 재건축에 대한 열망이 커졌다는 게 현지 공인중개소들의 설명이다. 풍납 미성아파트 측은 올해 안에 주민 간 합의를 거쳐 정밀안전진단 비용 예치금을 마련한 뒤 내년 초 정밀안전진단을 실시할 예정이다. 정밀안전진단 용역 비용은 약 1억4000만 원이다.
다만 올해부터 안전진단 기준이 강화돼 재건축 첫 문턱조차 넘지 못하는 단지들이 잇따라 나오고 있어 사업에 속도를 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정부는 △구조안전성 △주거환경 △비용편익 △설비노후도 등의 평가항목 중 ‘구조안전성’ 비중을 종전 20%에서 50%로 대폭 높였다. 아파트가 낡아도 구조적으로 위험하지 않으면 재건축하기 어려워진다는 의미다. 최근 재건축 잠룡으로 불리는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선수촌아파트가 정밀안전진단에서 C등급을 받은 것도 이 항목의 평가점수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풍납 미성아파트 현지조사(예비안전진단) 신청인 대표는 “안전진단 강화로 재건축 진행이 쉽지 않지만 설비 노후와 열악해진 주거 환경 때문에 손을 놓고 있을 수만은 없다”며 “미성아파트가 들어선 풍납4권역은 백제문화 유물이 유실된 것으로 추정해 재건축이 가능한 만큼 재건축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