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지난 19일 EU와 합의한 새로운 브렉시트 방안에 대한 의회 표결이라는 첫 번째 시도에서 실패했다. 여전히 존슨 총리는 10월 31일까지인 브렉시트 기한까지 이탈을 완료하기 위해 끝까지 싸울 의향을 표명하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존슨이 이날 합의안 표결에 다시 도전한다며 향후 예상되는 전개과정에 대한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존슨 총리는 브렉시트 합의안에 대해 재차 의회 표결을 제안한다. 표결이 받아들여진다면 이날 오후 10시(한국시간 22일 오전 6시)까지 실시될 가능성이 높다. 그는 이미 가결에 필요한 320명 하원의원 지지를 얻었다며 자신감을 나타내고 있다. FT의 계산에서도 합의안은 5표차로 통과될 전망이지만 결과는 예측 불허다.
다만 존 버카우 하원의장이 의회가 이미 같은 문제를 검토했으며 심의 반복은 관례에 의해 금지됐다는 이유를 들어 합의안 표결을 승인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여전히 존슨 총리에게는 두 번째 카드가 있다. 하원은 지난주 브렉시트 이행 법안이 먼저 통과돼야 한다는 수정안을 가결했다. 이에 존슨은 이행법안을 표결에 부쳐 과반수를 획득해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다. 여러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이 방안이 더욱 가능성이 높다. 이행법안에 대해 22일 열리는 ‘제2독회’를 거쳐 의원들이 찬반을 표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영국 의회는 법안 발의 소식을 알리는 제1독회에 이어 입법 필요성에 대한 설명과 토론이 이뤄지는 2독회가 끝나면 표결에 올릴 수 있다.
만일 존슨 총리가 22일 표결에서 의회 승인을 받으면 31일 기한까지 하원과 상원에서 관련 법안을 성립시키기 위한 심의 일정을 결정하는 동의안을 제시하게 된다. 다만 동의안 표결에서 패배할 가능성도 있다. 그렇게 되면 교착상태가 이어진다.
여전히 어떤 시나리오가 됐든 브렉시트 연기는 불가피하다고 FT는 내다봤다. 영국 하원이 브렉시트 합의안에 찬성하더라도 EU는 유럽의회에 의한 협정 비준이라는 절차상의 이유로 브렉시트를 몇 주 연기할 수 있다.
영국 하원에서 합의안이 최종 부결되면 EU는 브렉시트 연기를 인정하는 조건으로 향후 정치적 경로를 명확히 제시하라고 영국 측에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FT는 이런 시나리오에서 영국의 국민투표 재실시는 과반수 찬성을 얻기 어려워 가능성이 매우 낮으며 결국 조기 총선이 실시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존슨 총리도 말로는 브렉시트 강행을 부르짖지만 속으로는 합의 없는 이탈인 ‘노 딜 브렉시트’를 피하려 한다고 덧붙였다.
EU에서 먼저 노 딜 브렉시트에 나설 수도 있지만 전문가들은 그럴 가능성은 지극히 낮다고 지적했다. 독일과 프랑스 등 다른 EU 회원국들도 노 딜 브렉시트가 일어나면 경제적으로 막대한 타격을 받기 때문. 특히 독일은 미중 무역전쟁에 따른 수출 침체로 경기후퇴 위험에 이미 직면한 상태에서 노 딜 브렉시트라는 폭탄이 터지면 제조업 불황이 더욱 심화할 우려가 있다. 아울러 EU 정상들은 난제는 가능한 한 미루는 관습이 있다고 FT는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