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1주택자가 실거래가 9억 원 이상의 고가 주택을 팔 때 주어지던 양도세 장특공제 혜택이 크게 줄어든다. 지금까지는 거주 기간 요건 없이 주택을 10년 이상 보유하면 9억 원 초과분에 대한 양도세를 80%까지 깎아줬으나, 내년 1월부터는 ‘2년 이상’ 거주를 하지 않은 경우 일반 장특공제를 적용해 1년에 2%씩만 공제해준다. 15년 이상을 보유해도 최대 30%까지만 혜택을 볼 수 있다.
이투데이가 우병탁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세무팀장에게 의뢰해 양도세 변동 시뮬레이션을 해 본 결과에 따르면 2008년 11억 원에 매입한 서울 강남구 R아파트를 올해 25억 원에 매도할 경우 내야 할 양도세는 5252만 원에 불과했으나, 내년 1월 이후 처분한다면 세금 규모가 무려 2억9106만 원에 달했다.
시장에서는 이처럼 장특공제 혜택이 줄어들 경우 다주택자나 현금 여력이 없는 1주택자를 중심으로 급매물이 쏟아져 나오면서 집값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막상 장특공제 혜택 축소 기간이 3개월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한 편이다. 강남구 A부동산 관계자는 장특공제 혜택 축소를 앞두고 급매물 물건이 있느냐는 질문에 “급매물이라고 내놓은 물건도 시세대로 팔리고 있다”며 “그나마 물건도 없어 나오면 웃돈을 얹어서라도 사려는 사람이 줄을 섰는데 누가 급매물을 내놓겠냐”고 오히려 반문했다.
실제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5월 이후 100을 넘기지 못했던 서울 강남지역 아파트 월간 매매수급지수가 지난달 100을 나타냈다. 매매수급지수는 감정원이 회원 부동산 중개업소 설문과 인터넷 매물 건수 등을 분석해 수요와 공급의 비중을 점수화한 수치로 ‘0’에 가까울수록 공급이 많음(매수자 우위)을 뜻하고 ‘200’에 가까울수록 수요가 많음(매도자 우위)을 의미한다.
우병탁 세무팀장은 “장특공제 혜택 축소를 두고 관련 내용을 문의하는 상담이 어느 정도 이뤄지고 있다”면서도 “투자 목적으로만 주택 한 채를 보유한 경우가 많지 않다 보니 서울 집값을 끌어내릴 만큼의 매물이 나오고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양도세 득실보다 아파트값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더 크게 작용하면서 절세 매물이 나오고 있지 않다는 분석도 많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서울 아파트값은 1.54% 올랐다. 작년 3분기(5.02%) 이후 최대 상승폭이다. 강남4구(강남ㆍ서초ㆍ송파ㆍ강동구)에 속하는 송파구가 3.65%로 가장 많이 올랐다. 강남구도 2.17%나 상승했다. 나머지 23개 자치구도 플러스(+) 변동률을 보였다.
업계 관계자는 “마포구에 있는 아파트를 10년 전에 8억 원에 취득한 뒤 올해 11억 원에 판다면 양도세가 43만 원이지만, 내년에 판다고 해도 440만 원에 불과하다”면서 “그런데 이 지역의 최근 집값 상승률이나 향후 상승 가능성 등을 고려하면 매도보다는 보유하는 것이 나을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