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카카오)를 아버지라 부를 수 없는 상황인 거죠.”
대주주 변경 작업에 난항을 겪고 있는 카카오뱅크의 처지를 표현한 말이다. 수혈(유상증자)받을 준비는 모두 끝났다. 혈색(자기자본)을 찾으려면 하루빨리 복잡하게 얽힌 수액 줄(대주주 변경)을 풀어야 한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카카오뱅크는 최대 주주 변경 작업을 추진 중이다. 한국투자금융지주가 보유한 지분 50%(보통주 기준) 중 16%를 카카오로 넘기는 게 골자다. 그런데 한국투자금융지주의 지분 정리 과정에서 문제가 생겼다. 금융지주회사법에 따르면 지주사는 금융사 지분을 50% 이상 보유해 자회사로 편입하거나, 아니면 5% 이내로 보유해야 한다.
한국투자금융은 들고 있는 카카오뱅크 지분을 한국투자증권으로 넘겨야 한다는 얘기다. 하지만 한투증권은 공정거래법을 위반해 5000만 원 벌금형을 받은 적이 있어 한도초과 보유 주주가 될 수 없다. 인터넷은행 특례법에 따르면 금융사 대주주는 최근 5년간 금융 관련 법령이나 공정거래법 등을 위반해 벌금형 이상의 처벌을 받으면 안 된다.
이에 한국투자금융지주는 한투증권을 제외한 다른 계열사로 지분을 넘기는 방안을 구상 중이다. 그런데 이 또한 만만치 않다. 인터넷은행 주식을 10% 넘게 보유할 경우 금융위 심사를 거쳐야 한다.
한국투자금융지주 관계자는 “규정에 따라 징계받은 이력이 있는 증권사를 제외하고 다른 계열사로 넘기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시간이다. 카카오는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통과한 후 6개월 이내인 내년 1월 23일까지 카카오뱅크의 주식을 취득해야 한다. 카카오뱅크가 최대주주 변경과 증자를 동시에 진행한 이유이기도 하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통상 유증을 결의한 이후 주금납입까지는 한 달에서 한 달 반 정도의 시간이 걸린다”며 “한 자릿수까지 떨어진 국제결제은행(BIS) 비율 등을 고려하면 늦어도 올해 안에 최대주주 변경 작업을 완료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