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집단(공시대상기업집단·자산총액 5조 원 이상)의 총수일가 사익편취행위(일감몰아주기 등)를 판단하는 정상가격 기준이 더욱 명확해진다. 또 핵심부품 수출규제조치 등에 따른 내부거래에 대해서는 사익편취 규제 적용이 제외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특수관계인(동인일 및 친족)에 대한 부당한 이익제공행위 심사지침 개선방안’ 연구용역을 맡은 법무법인 한누리 서정 변호사가 제시한 심사지침안을 10일 공개했다.
현행 규정은 총수일가가 30% 이상의 지분을 보유한 상장사 또는 20% 이상의 지분을 보유한 비상장사를 사익편취행위 규제 대상으로 하며 △상당히 유리한 조건으로 거래하는 행위 △회사가 직접 또는 자회사를 통해 수행할 경우 상당한 이익이 될 사업기회를 제공하는 행위 △합리적 고려나 비교 없이 상당한 규모로 거래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현행 규정의 사익편취행위 판단 기준이 모호해 예측 가능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특히 기업들은 상당히 유리한 조건의 거래에 있어 ‘정상가격’, 상당한 규모의 거래에 있어 ‘합리적 고려’ 등 법 위반 판단 기준을 보다 구체화하고 업종별 특성을 고려한 기준 설정을 공정위에 요청해왔다.
이를 반영한 지침안에는 이익제공행위의 주체 및 객체 요건, 행위유형별 판단 기준 및 심사면제 기준, 상당한 규모의 거래에서의 예외요건(효율성·보완성·긴급성) 세부기준 등이 담겨 있다.
지침안은 우선 대기업집단 소속회사를 이익 '제공주체'로, 총수일가가 20% 이상(상장사 30% 이상) 지분을 보유한 특수관계인 회사를 이익 '제공객체'로 정의했다.
또한 제공객체의 특수관계인 지분율 산정 시 직접지분만 포함하되, 차명보유·우회보유의 경우 직접지분으로 간주했다. 이익제공행위는 제공주체와 제공객체 사이의 직접거래뿐만 아니라 간접거래를 통해서도 가능하다고 명시했다.
상당히 유리한 조건의 거래를 판단하는 정상가격에 대해서는 특수관계인이 아닌 자와의 통상적인 거래에서 적용되거나 적용될 것으로 판단되는 재화 또는 용역의 특성·기능 및 경제환경 등 거래조건을 고려해 ‘비교 가능 제3자 가격’, ‘방법재판매가격방법’, ‘원가가산방법’, ‘이익분할방법’, ‘거래순이익률방법’ 등 중 가장 합리적인 방법으로 가격을 산정하도록 했다.
정상가격과의 차이가 7% 미만이고 거래당사자 간 해당연도 거래총액이 50억 원(상품용역은 200억 원) 미만에 대해 심사를 면제해주는 것과 관련해서는 '거래당사자 간 해당 연도 거래총액'의 의미를 문제성 거래 규모에 한정하지 않고 거래당사자 간 이뤄진 모든 거래 규모로 정의했다.
지침안은 또 제공주체 또는 제공주체가 지배하는 회사를 기준으로 상당한 이익이 될 사업기회제공 행위를 판단하도록 했다.
합리적 고려·비교 없는 상당한 규모의 거래에 대해서는 시장조사 등을 통해 시장참여자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고, 주요 시장참여자로부터 제안서를 제출받아 거래조건을 비교하는 등 합리적 사유에 따라 거래상대방을 선정하도록 했다.
이와 관련한 심사면제 기준도 명확해진다. 현재 규정은 거래당사자 간 해당연도 거래총액이 200억 원 미만이고, 거래상대방의 평균매출액의 12% 미만인 경우에는 상당한 거래 규모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지침안은 '거래당사자 간 해당 연도 거래총액‘의 의미를 문제성 거래 규모에 한정하지 않고 거래당사자 간 이뤄진 모든 거래 규모를 포함하도록 했다. 평균매출액은 매년 직전 3년을 기준으로 산정했다.
효율성‧보안성‧긴급성 등 상당한 규모의 거래의 사익편취 적용제외 기준도 구체화했다.
특히 긴급성의 경우 핵심부품 관련 천재지변이나 수출규제조치, 물류회사들의 전면적 운송거부, 위해우려 제품의 신속한 수거, 긴급전산사고 발생 등을 사익편취 적용예외 사례로 규정했다.
아울러 지침안은 특수관계인에 대한 부당한 이익제공행위가 부당한 이익 귀속으로 입증되면, 별로로 공정거래저해성(경쟁제한성)을 입증할 필요가 없다고 명시했다.
공정위는 이날 제시된 지침안에 대해 각계 의견을 수렴한 뒤, 공정위안을 마련해 행정예고 등 행정입법 절차를 진행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