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조 장관으로부터 첫 법무부 업무보고를 받은 후 “검찰 개혁을 요구하는 국민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면서 검찰 내부의 젊은 검사들, 여성 검사들, 형사부·공판부 검사들 등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국민으로부터 신뢰받는 권력기관이 될 방안을 조속히 마련해 제시해 달라”고 검찰총장에게 지시했다고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이번 업무보고는 지난주 검찰 개혁을 주문한 직후 문 대통령의 요구로 이뤄졌다.
문 대통령은 “검찰 개혁에 관해 법무부와 검찰은 개혁의 주체이고 함께 노력해야 한다”며 “법·제도적 개혁에 관해서는 법무부가 중심 역할을 해야 하고, 검찰권의 행사방식·수사관행·조직문화 등에서는 검찰이 앞장서서 개혁의 주체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모든 공권력은 국민 앞에 겸손해야 한다”며 “특히 권력기관일수록 더 강한 민주적 통제를 받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검찰은 행정부를 구성하는 정부기관”이라며 “검찰 개혁을 요구하는 국민의 목소리를 검찰은 물론 법무부와 대통령도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부족했던 점을 반성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문 대통령은 “오늘 법무부 장관이 보고한 검찰의 형사부, 공판부 강화와 피의사실 공보준칙의 개정 등은 모두 검찰 개혁을 위해 필요한 방안들로 생각한다”며 “다만 당장 그 내용을 확정하고 추진할 경우 현재 진행 중인 검찰 수사를 위축시킨다는 오해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법무·검찰 개혁위원회와 검찰개혁단 등을 통해 검찰 구성원들과 시민사회의 의견을 더 수렴하고, 내용을 보완해 장관과 관련된 수사가 종료되는 대로 내용을 확정·시행할 수 있도록 준비해주기 바란다”고 지시했다.
문 대통령이 지난달 27일 검찰을 질타하며 수사 관행 개혁을 주문한 지 사흘 만에 윤 총장에게 개혁안을 마련하라고 직접 지시한 것은 조 장관 수사와는 별개로 검찰 개혁의 속도를 높이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주말 대검찰청 앞에서 열린 ‘검찰 개혁’ 촛불 집회에 나타난 민의를 무겁게 받아들이고 조국 정국으로 지지부진했던 검찰 개혁을 정면 돌파하겠다는 뜻도 담겼다는 분석도 나왔다.
조 장관은 보고에서 공석으로 지연되고 있는 대검찰청 감찰부장과 사무국장의 인사를 건의했고 문 대통령은 수용 의사를 밝혔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해당 자리는 장관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하는 자리로, 오늘 보고에서 특정인이 거론되지는 않았다”고 설명했다. 통상 대검 감찰부장과 사무국장은 검찰총장의 의중이 상당히 반영된 인선이 이뤄졌지만, 이번에는 조 장관이 윤 총장 의중을 반영하지 않고 인선할 가능성이 크다. 본격적인 조 장관의 검찰 통제 신호탄으로 볼 수 있다.
이에 대해 검찰 내부에서는 조 장관 수사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장진영 인천지검 부천지청 검사는 이날 검찰 내부망을 통해 “정권의 눈치를 살피지 않고 헌법정신과 법적 절차에 따라 엄정하게 수사하겠다는 총장 때문에 검찰 개혁을 원하는 많은 검찰 구성원들까지도 검찰 개혁에 저항하는 세력으로 몰리게 됐다”며 “총장 덕분에 앞으로 후배 검사들은 살아 있는 정권과 관련된 수사는 절대 엄정하게 하면 안 된다는 것을 배웠다”고 비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