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리밍 사업에 진출한 월트디즈니와 사실상 거의 비슷한 사업 모델을 따르게 되는 셈이다. 이에 애플은 넷플릭스, 아마존닷컴 등과 스트리밍 시장 패권을 놓고 경쟁하는 것은 물론 전체 콘텐츠 시장에서도 월트디즈니와 한 판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소식통들에 따르면 애플은 영화관 체인들에 자사 전략에 대한 의향을 타진했으며 엔터테인먼트 업계 경영진들과도 이를 협의했다. 작품을 처음 몇 주 동안 영화관에서 상영하고 자사 스트리밍 플랫폼인 ‘애플TV 플러스’에서 추후 서비스하는 등 기존 영화 개봉 스타일을 답습할 계획이다.
이는 영화업계와의 관계를 돈독히 해 유명 감독과 프로듀서들을 불러 들이고 싶은 의도가 있으며 스트리밍 강자인 넷플릭스가 초래한 기존 영화관 체인, 할리우드 스튜디오와의 긴장을 방지하려는 목적이 있다고 소식통들은 설명했다.
넷플릭스는 일반적으로 자사가 제작한 영화를 극장 개봉과 동시에 스트리밍으로 서비스하고 있다. 이는 극장 개봉 3개월간은 스트리밍 서비스를 전송하지 않는 통례에 어긋난 것이다. 이에 주요 영화관 체인이 넷플릭스 작품 상영을 거절한 사례도 있다.
한편 애플의 전략은 아마존닷컴과도 비슷하다고 WSJ는 설명했다. 아마존은 ‘맨체스터 바이 더 씨’ 등 일부 작품을 스트리밍 전 3개월간 극장에서 상영했다.
현재 동영상 프로그램 공동 책임자인 재크 반 앰버그와 제이미 엘리치가 애플의 이런 전략을 주도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두 사람은 애플 수석 부사장이자 인터넷 소프트웨어 서비스 책임자인 에디 큐의 직속이다.
애플이 극장 개봉을 계획하고 있는 대형 작품은 소피아 코폴라 감독의 ‘온 더 록스(On the Rocks)’로, 이 영화는 내년 중반 개봉을 염두에 두고 있다. 관계자들에 따르면 칸 영화제 등 행사에서 상연된 뒤 개봉할 가능성이 크다. 소피아 코폴라는 영화 ‘대부’와 ‘지옥의 묵시록’으로 유명한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 감독의 딸이기도 하다.
또 애플은 올해 선 보일 예정인 ‘엘리펀트 퀸’이라는 코끼리 소재 다큐멘터리에 대해서도 영화관 체인들과 극장 개봉을 논의했다.
WSJ는 애플이 단순히 돈을 벌고자 극장 상영을 추진하기 보다는 이를 통해 명성을 얻고 브랜드를 구축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할리우드에 대한 애플의 노력에 기존 영화 제작사들도 긴장하고 있다. 특히 한때 애플과 돈독한 관계를 유지했던 디즈니는 ‘친구에서 적’으로 변하게 됐다. 디즈니의 로버트 아이거 최고경영자(CEO)는 이해관계 충돌을 우려해 이달 애플 이사직에서 사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