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냐 전통시장이냐를 논하는 시기는 지났다. 이제 온라인과 오프라인간의 경쟁체계가 구축됐다.”
의무휴업 실시로 실적이 하락하면서 출점절벽과 폐점 등으로 경영위기를 겪고 있는 대형마트 관계자의 항변이다. 대형마트의 의무휴업 도입으로 전통시장이 성장할 것이라는 정부의 예상은 보기좋게 빗나갔다. 그 사이 규제에서 자유로운 이커머스만 몸집을 불렸다.
23일 통계청과 온라인쇼핑협회 등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온라인 쇼핑 시장규모는 100조 원을 넘어섰고 올해는 135조 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측된다. 대형마트가 의무휴업 등 각종 규제로 움츠러든 사이 매년 두자릿수 성장을 거듭해온 이커머스는 2022년 190조 원까지 커질 전망이다.
지난해 이커머스 거래액은 113조원으로 전년대비 22% 성장했다. 통계청이 집계한 올 1~5월소매거래액은 192조6053억 원으로 전년 대비 1.6% 성장하는데 그쳤지만 이커머스는 53억 4000억 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18%나 늘었다. 4명 중 1명이 이커머스로 구매하고 대형마트, 백화점 등 다른 소매업종이 한 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한 것을 비웃듯 나홀로 고성장을 이뤄낸 것이다.
이커머스의 급성장으로 대형마트가 전통시장을 가장 위협하는 유통업태라는 시각에도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이커머스로 갈아탄 소비자들로 인해 대형마트 역시 전통시장과 똑같은 고민에 빠진 것이다.
대한상의가 ‘소매업태별 소매판매액 비중’을 분석한 결과 2006년에는 전통시장(27.2%)과 대형마트(24.0%)의 소매판매액 비중이 비슷했으나 2012년에는 대형마트(25.7%)가 전통시장(11.5%)을 크게 앞섰다. 이 무렵 도입된 것이 대형마트의 의무휴업이다. 그러나 2017년에는 대형마트(15.7%)의 판매액 비중이 전통시장(10.5%)과 격차를 줄인 반면 온라인쇼핑(28.5%)의 점유율은 큰폭으로 늘었다.
실제로 상의가 최근 유통업태별로 약 60개사씩 총 400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 가장 위협적인 유통업태로 43%가 이커머스를 꼽을 정도로 이커머스는 대형마트와 전통시장을 모두 위협하는 존재로 급부상했다.
이처럼 이커머스가 세를 불리는 사이 오프라인 유통채널들은 여전히 10년 전 경쟁구도에 갇힌 프레임으로 공멸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의무휴업일에 전통시장을 찾는 대신 쇼핑을 미루거나 온라인몰, 동네 수퍼를 이용하는 이들이 늘면서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에는 전통시장마저 한산해지는 기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이렇다할 규제가 없는 이커머스가 나홀로 성장하면서 대기업들까지 앞다퉈 이커머스 확대에 나서고 있다. 그런데도 여전히 대형마트와 복합몰에만 규제의 칼을 휘두르는 정책이 실효성이 있을 지 의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