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은 10일(현지시간) 캘리포니아 쿠퍼티노에서 열린 신제품 공개 행사에서 아이폰 신모델 3 종 ‘아이폰11’, ‘아이폰11프로’, ‘아이폰11프로맥스’ 등을 선보였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가격은 아이폰11이 699달러부터로, 지난해 출시된 아이폰XR(749달러)보다 50달러 저렴하다. 아이폰11프로는 999달러부터, 아이폰11프로맥스는 1099달러부터로, 이 두 기종의 가격은 지난해 아이폰XS, 아이폰XS맥스와 같다.
아울러 애플은 현행 모델 ‘아이폰XR’를 계속 판매하고, 판매 시 가격을 749달러에서 최저 599달러로 인하한다. ‘아이폰8’도 남겨둘 방침으로 이 역시 가격을 449달러로 인하한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600달러선에서 아이폰을 구입할 수 있는 선택지가 넓어진 셈이다.
이는 최근 몇 년 간의 흐름과는 확실히 다른 행보다. 그동안 애플을 포함한 스마트폰 제조업체들은 고가 전략으로 소비자들의 주머니 사정을 시험해왔는데, 미중 무역전쟁이 격화하는 상황을 감안해도 주목할 만한 움직임인 것이다.
애플 등 중국에서 제품을 생산하는 미국 기업에 있어서는 관세 리스크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 도널드 트럼프 정권이 대중 관세 발동을 늦춤으로써 이달 안에 출시되는 신형 아이폰은 영향을 받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무역마찰에 의해 이달부터 시작되는 애플의 새로운 회계연도의 앞날에는 여전히 불확실성이 자욱하다. 이 때문에 애플이 아이폰 가격 인상을 보류한 것은 현명한 판단이라고 WSJ는 평가했다.
아울러 애플은 신형 단말기 구매자에게는 조만간 서비스를 시작하는 ‘TV+’의 1년 무료 체험권을 제공하기로 하는 등 고객에 대한 소구력을 강화한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의 애널리스트 존 버틀러는 “애플이 현행 모델 가격을 인하한 건 과거에 본 적이 없다”며 “이는 스마트폰 시장의 포화도를 말해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국 정부가 중국산 수입품에 부과하는 15%의 추가 관세는 12월 15일 이후 아이폰에도 적용된다. ‘애플워치’ 등 다른 제품은 이미 추가 관세 대상이다. 이에 애플은 추가 관세 비용을 소비자에게 전가할 것으로 보인다.
이날 공개된 신제품들은 9월 13일 사전예약을 시작하고 20일부터 출시하기 때문에 신모델 판매분은 애플의 7~9월 (4분기) 실적에 반영된다.
차세대 이동통신 규격 ‘5G’서비스 도입에 의해 내년에는 수요가 호전될 것으로 전망되지만 이것도 확실하지는 않다. 어쨌든 애플이 5G 대응 아이폰을 출시하는 시점은 내년 가을 이후가 될 가능성이 크다. 그나마 이번만큼은 적어도 더 이상의 고객 이탈을 초래하는 가격 인상은 하지 않은 것이 호재가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