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 는줄고, 가격은 오르고..갈피 못잡는 주택시장
4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지역 아파트 매매량(계약일 기준)은 1480건으로 집계됐다. 작년 8월(1만4967건)과 비교하면 10분의 1 수준이다. 전월(7105건)보다도 큰 폭으로 줄었다. 지난 2월 이후 처음으로 1000건대 거래에 머문 것이다.
주목할 점은 가격이다. 거래량과 가격이 항상 정비례하는 것은 아니지만, 주택 거래가 늘면 집값도 덩달아 오르는 게 일반적인 현상이다. 곽창석 도시와공간 대표는 “거래가 많다는 것은 매매시장이 활기를 띠고 있다는 뜻”이라며 “이런 시장에서는 매도자(집주인)와 매수자 모두 사고 파는 데 적극적이어서 집값이 떨어지기보다 오를 여지가 크다”고 말했다.
그러나 최근 서울 아파트 매매시장은 이같은 일반적인 흐름을 거스르고 있다. 거래가 크게 줄고 있는 가운데 서울의 주요 아파트 매매값은 크게 오르고 있는 것이다.
강동구 고덕동 ‘고덕래미안 힐스테이트’도 전용 97.26㎡가 7월 초 12억3000만 원(5층)에 팔렸는데 지난달 중순에는 13억 원(6층)에 거래됐다. 이 단지 역시 새 아파트를 찾는 발길이 늘면서 매매가격이 오히려 높아지고 있다. 고덕동 W공인 관계자는 “최근에는 매매 시세가 5000만~1억 원 더 올랐다”며 “시장 분위기가 매도자 우위라 (집주인이) 금액을 자꾸 끌어올리고 있다”고 말했다.
◇집값 향방 놓고 전문가 의견 엇갈려
부동산 경기를 예측하는 모형 중 하나인 ‘벌집순환모형’에 현재 서울 아파트 매매시장 분위기를 대입하면 주택 경기는 거래량은 줄고 가격은 오르는 ‘제2국면(호황기)’에 해당한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현재 주택 경기를 ‘좋다’고 얘기하기보다 ‘혼란스럽다’고 표현한다. 매도자·매수자 모두 분양가 상한제 실제 시행 등 정책 변화 이후의 집값 흐름을 각자 다르게 기대하다 보니 시장 향방도 예단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반포동 S공인 관계자는 “이 지역엔 자금력을 갖춘 분들이 많아서 매매가격을 굳이 다운시키지 않고, 여기에 진입하고 싶어 하는 매수인들은 가격이 많이 오르니깐 주춤하고 있다”며 “손님들이 향후 시장 전망을 물어봐도 딱히 전망을 못하겠다”고 토로했다.
고덕동 K공인중개사도 “집주인은 매물을 내놓지 않거나 거둬들이고, 매수자는 거래에 뛰어들지 않아 계약이 성사되지는 않는데 가격은 떨어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며 “매물 자체가 제한적이다 보니 매수세가 늘어난 것도 아닌데 가격이 계속 강세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시장 분위기는 당분간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분양가 상한제 시행을 앞두고 재건축·재개발 사업 지연 등을 이유로 신축 아파트에 대한 희소성이 부각되고 새 아파트를 찾으려는 수요가 계속 늘어난다면 매도자·매수자 모두 가격 줄다리기를 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권영선 주택산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서울 아파트 거래량이 예년에 비해 감소한 것은 서울에 집을 장만하고 싶지 않다는 심리가 늘었다기보다 관망세로 돌아선 사람들이 많아졌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경기 사이클 상으로 현재는 침체기에 있고, 이 시기가 지나면 회복기에 접어들 것으로 예상한다”고 내다봤다.
박원갑 KB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부동산수석 전문위원은 “공급 부족에 따른 불안감으로 신축 아파트가 강세를 보일 것이란 과도한 기대감이 생겨 집주인들이 매물을 회수하거나 호가를 올리고 있다”며 “지금 시장이 순환 주기(후퇴기-침체기-회복기-확장기)의 어느 단계에 해당한다고 정의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벌집순환모형이란
=주택시장이 거래량 및 가격을 기준으로 1국면(회복기: 거래량·가격 동시 상승), 2국면(호황기), 3국면(침체 진입기:거래량 감소·가격 보합세), 4국면(침체기: 가격·거래량 동시 하락), 5국면(불황기: 가격 하락·거래량 반등), 6국면(회복 진입기: 거래량 증가·가격 보합세 전환) 순으로 순환한다는 이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