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월부터 7월까지 0%대에 머물던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이 8월 사상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국내총생산(GDP) 디플레이터도 3분기 연속 하락했다. 디플레이션 우려가 현실로 다가온 것이다.
통계청이 3일 발표한 ‘8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04.81로 전년 동월(104.85)보다 0.04% 내렸다. 소비자물가 등락률이 소수점 한 자릿수로 공표돼 공식적인 상승률은 0.0%지만, 지수로는 통계가 작성된 1965년 이후 첫 마이너스 물가다. 과거 가장 낮은 상승률은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사태 직후였던 1999년 2월의 0.2%였다.
석유류와 농산물 가격 하락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0.83%포인트(P) 끌어내렸다. 석유류는 국제유가 하락의 영향으로, 농산물은 지난해 폭염으로 가격이 급등한 데 따른 기저효과로 급락했다. 그나마 두 폼목을 제외한 근원물가는 0.9% 오르며 3~7월 추세를 이어갔다.
이두원 통계청 물가동향과장은 “최근 국제유가 하락과 유류세 인하, 교육·복지 등 정책적 영향으로 물가 흐름이 상당히 낮아진 상황에서 농축수산물 가격이 크게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8월 ‘마이너스 물가’를 공급·정책적 요인에 따른 일시적 현상으로 보고 있다.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은 “수요 측 요인보다는 공급 측 요인에 상당 부분 기인한 것으로, 물가 수준이 장기간에 걸쳐 광범위하게 하락하는 디플레이션 상황은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며 “당분간 공급 측 요인의 기저효과가 지속되면서 물가 상승률은 0% 내외에 머물 것으로 보이며, 기저효과가 완화하는 연말부터는 0% 중후반 수준으로 올라설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은행도 올해 저물가에 따른 기저효과로 내년부턴 물가 상승률이 1%대를 회복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학계 등 일각에선 “디플레이션의 전조”라고 진단한다. 전반적인 경기가 침체된 상황에서 저물가가 장기적으로 이어지고 있어서다. 우리 경제의 종합적 가격수준을 보여주는 2분기 국내총생산(GDP) 디플레이터도 전년 동기보다 0.7% 하락하며 3개분기 연속 내림세를 보였다. GDP 디플레이터 하락은 경상성장률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
무엇보다 저물가에 수요 측 요인이 더해지면 실제 디플레이션에 직면할 우려가 크다. 현재 물가안정목표(2.0%)에 근접한 상승률을 유지하고 있는 품목은 개인서비스(1.8%) 정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