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총생산(GDP) 디플레이터가 3분기 연속 하락세를 기록하면서 디플레이션 우려가 커질 조짐이다. 실질 GDP는 속보치 보다 하락해 올해 2%대 성장에 그림자를 드리웠다. 명목 GDP 또한 2분기째 저조한 흐름을 이어갔다. 국민 호주머니 사정을 엿볼 수 있는 국민총소득(GNI)은 한분기만에 플러스로 돌아섰지만 여전히 GDP 성장세보다도 못한 부진이 이어졌다.
한은 관계자는 “GDP가 0.1%포인트 떨어졌지만 소수점 둘째자리에서 소폭 하락한 것으로 전체적인 흐름은 속보치 발표 당시와 달라진 것은 없다. 정부 재정집행으로 정부기여도가 높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경기 흐름이 좋은 상황은 아니다. 대외 여건 등 불확실성이 커져있어 지켜봐야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실제 정부 기여도는 1.2%포인트에 달해 성장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반면 민간 기여도는 마이너스(-)0.2%포인트를 기록해 부진한 모습이었다.
지출항목별로 보면 정부소비는 물건비와 건강보험급여비 지출이 늘어 2.2% 증가했다. 민간소비도 의류 등 준내구재와 의료 등 서비스를 중심으로 0.7% 증가세를 보였다. 건설투자는 주거용 건물건설이 줄었지만 토목건설이 늘어 1.4% 증가했고, 설비투자는 운송장비를 중심으로 3.2% 늘었다. 수출은 반도체와 자동차 등이 늘어 2.0% 증가한 반면, 수입은 기계류 등을 중심으로 2.9% 증가했다.
실질 GNI는 전분기 0.3% 하락에서 0.2% 증가로 전환했다. 다만 국외순수취요소소득이 전분기 2000억원에서 3조9000억원으로 늘었으나 교역조건이 악화하면서 GDP 증가율에 미치지 못했다.
GDP디플레이터는 전년동기대비 0.7% 하락했다. 이는 2006년 1분기(-0.7%) 이후 53분기(13년3개월)만에 최저치다. 아울러 작년 4분기(-0.1%) 이후 3분기째 하락세다. 이는 기준년개편으로 통계집계가 가능한 2001년 이후 역대 최장기간 하락세다.
반도체 가격 하락과 환율 급등으로 수출가격보다 수입가격이 더 많이 오른 탓에 수입디플레이터가 상승한 것이 주된 요인이란 설명이다. 아울러 명목 GDP가 전년동기대비 1.3% 성장해 1분기(1.2%) 이후 2분기 연속 1%에 머문 것도 영향을 미쳤다.
앞선 한은 관계자는 “디플레이터는 사후적으로 나오는 가격지수다. 수출 및 수입가격이 포함돼 있어 국내 물가수준을 보여주는 데는 한계가 있다. 디플레 우려는 크지 않다”면서도 “디플레이터가 낮다는 것은 명목 GDP 증가율이 낮아지는 의미가 있다. 나라 전체적으로 명목소득이 줄면 소비나 투자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은 우려할 대목”이라고 설명했다.
이밖에도 총저축률은 34.6%를 기록해 전분기보다 0.1%포인트 상승했고, 국내총투자율도 건설 및 설비 투자가 늘면서 전기대비 1.2%포인트 상승한 31.9%를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