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잇단 부동산 규제로 인한 국내 건설경기 부진과 해외에서 대형 수주 물량이 줄면서 시공능력평가순위 5위권 대형건설사들의 수주잔고도 쪼그라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건설과 대우건설은 수주잔고가 소폭 늘고 있는 반면 삼성물산과 대림산업은 줄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의 각 건설사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삼성물산·현대건설·대림산업·GS건설·대우건설 등 5대 건설사의 수주잔고 합계는 올해 2분기 기준 142조5026억 원으로, 1분기(141조4518억 원)보다 0.74%(1조507억 원) 늘어나는데 그쳤다.
시평순위 1위인 삼성물산은 수주잔고가 빠르게 줄여들고 있다. 이 회사의 수주잔고는 2분기 기준 23조9244억 원으로 1분기(26조1616억 원)에 비해 8.55%(2조2372억 원)이 급감했다.
지난 2015년 제일모직과의 합병 이후 꾸준히 줄어드는 추세를 보이고 있는데 2016년 이후 수주잔고가 30조 원을 밑돌고 있다. 2016년 말 31조6260억 원에서 2017년말 29조9840억 원으로 줄었고 지난해에는 27조9496억 원으로 내려갔다. 올해 상반기에는 25조 원 아래로 떨어졌다. 시평순위는 1위이지만 수주잔고만 놓고보면 7위다. 이 회사는 합병 이후 사실상 주택사업부문에서 손을 떼면서 관련 인력도 크게 줄고, 수주 물량도 줄어든 때문으로 풀이된다.
대림산업 역시 곳간이 비어가고 있다. 이 회사의 2분기 수주잔고는 16조7985억 원으로 전분기(17조7445억 원)보다 5.3% 줄었다. 주력사업으로 꼽혔던 플랜트가 부진을 면치 못한 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대림산업은 지난해부터 관련 인력의 구조조정을 실시하고 있지만 빠른 시일내에 회복은 힘들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
GS건설의 2분기 수주잔고는 34조3295억 원으로 1분기보다는 소폭(1.8%) 늘었지만 2018년 말(35조294억 원)보다는 조금 줄면서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다.
반면 현대건설과 대우건설은 악조건 속에서도 수주잔고를 꾸준히 늘려가고 있다. 현대건설은 5대 건설사 중 수주잔고가 가장 많이 늘었다. 이 회사의 2분기 수주잔고는 33조9664억 원으로 1분기(31조3065억 원) 대비 8.50%(2조6600억 원) 증가했다. 해외시장에서의 성과가 주효했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현대건설의 해외 수주잔고는 1분기 기준 7조1766억 원에서 2분기 기준 9조3475억 원으로 30.23%(2조1699억 원) 급증했다.
대우건설도 꾸준히 수주잔고를 늘리며 곳간을 채우고 있다. 이 회사의 상반기 수주잔고는 33조4836억 원으로 지난해 말 29조8583억 원에서 12%가 늘었다. 올해 상반기에만 6조3814억 원의 신규 수주를 따냈다.
업계 관계자는 “일부 건설사의 선전에도 대형건설사들의 수주잔고가 답보 상태에 빠진 것은 해외 수주 부진과 국내 건설경기 위축 등 대내외 여건이 모두 좋지 않기 때문”이라며 “하반기 해외에서 대형 수주건이 진행되고 있는 만큼 아직은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