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신평 “일본 수출규제, 국내기업 신용도 영향 다를 것”

입력 2019-08-12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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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공=한국신용평가)
(제공=한국신용평가)

일본의 수출 규제가 국내 업체들에 미치는 신용도 영향이 공급처 다변화 능력 등에 따라 차별화될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한국신용평가는 12일 ‘일본 수출규제가 국내 주요 반도체, 디스플레이, 2차전지 업체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를 발간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지난달 포토레지스트(감광액), 에칭가스(고순도 불화수소), 플루오린 폴리이미드(Fluorinated Polyimides) 등 3개 품목에 대한 수출규제 강화 조치를 단행한 바 있다.

이달 2일에는 한국을 전략물자 수출관리제도 운용상 ‘화이트국가’에서 배제하는 조치(B그룹 편입)를 결정했다.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무역관리령 개정안은 7일 공포됐고 28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한신평이 신용등급을 부여하고 있는 주요 업체는 △SK하이닉스(AA/안정적, A1) △LG디스플레이(AA-/안정적) △삼성SDI(AA/안정적) △SK이노베이션(AA+/S, A1) △LG화학(AA+/S) 등이다.

일본 수출규제가 실질적인 형태로 장기간 이뤄질 경우 핵심 소재 및 장비의 대일(對日) 의존도가 높은 국내 반도체, 디스플레이, 2차전지 업체의 영업 및 재무실적에는 부정적 영향이 예상된다.

대체조달에 따른 직접비용(긴급 대체조달을 위한 추가비용, 일부 공정 변경 비용 등) 상승, 수율 하락 등에 의한 고정비 부담 확대 등 수익성에 보다 직접적인 영향이 있을 전망이다.

소재·부품 등의 공급선 다변화 과정이 지연될 경우 생산 차질로 인한 점유율 하락 및 기술격차 축소로 시장지배력과 기술우위가 약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안전재고 확보를 위한 운전자금 부담도 상승하게 된다.

규제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되는 품목들에 대해 수출규제가 실질적인 형태로 장기간 이뤄지는 것을 가정할 경우 대일 의존도, 기술·공정상 중요성, 대체가능성 및 비용, 공급처 다변화 능력 등에 따라 업체별 신용도 영향은 차별화될 것으로 한신평은 보고 있다.

메모리반도체 산업은 포토레지스트, 불화수소 수출규제가 발효돼 있으나 현재 수출규제 현황이나 대체 공급망 확보 등에 대해서는 모니터링이 필요한 상황이다. 해당 품목들에 대한 수출규제가 실질적인 형태로 장기간 이뤄질 경우 기술경쟁력, 생산성 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화이트리스트 배제 조치로 규제 범위가 웨이퍼 등 원재료와 핵심 공정소재, 주요 전(前) 공정 장비 등으로 확산될 경우에는 대부분의 품목이 대일 의존도가 매우 높기 때문에 생산 차질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SK하이닉스의 경우 현재 발효된 PR 규제의 경우에는 현재 노광공정에 KrF 및 ArF용 광원이 주로 사용되기 때문에 영향이 크지 않으나, 장기화시 공정미세화 연구개발에 차질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

에칭가스의 경우에는 현재 주력 공정에서 사용되고 있기 때문에 수입이 실질적으로 제한될 경우 거래선 대체가 불가피하다. 수율 등 테스트 결과에 따라 수익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메모리 분야 2018년 매출액 점유율이 72.3%(DRAM), 49.5%(NAND)에 이르고 기술적으로 양사를 대체할만한 메모리 반도체 회사가 제한적인 상황이다. 이를 감안할 때 소재·장비 공급의 규제 범위에 따라서는 글로벌 공급망(Supply Chain)이 붕괴될 위험이 있다.

일본 입장에서도 대형 고객사를 상실하게 되면 매출이 급격히 축소될 수 있다. 이에 관련 소재·장비 공급이 전면적으로 중단될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크지 않은 것으로 한신평은 판단했다.

디스플레이도 핵심공정소재의 대일의존도가 높아 일본의 수출규제의 확대 여부에 따라 생산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

국내 반도체 업체들이 높은 점유율로 글로벌 공급망에서 핵심인 반면, 디스플레이 시장은 이미 중국 업체들의 합산 점유율이 약 34%(2018년 대형 LCD 수량 기준) 수준이다. 국내 업체들의 시장 지배력(2018년 대형 LCD 수량기준 28%)이 과거 대비 약화됐다.

사업경쟁력 유지를 위해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OLED 분야에서도 중국 업체들이 지속적으로 공급능력을 확충하고 있다. 주요 소재와 장비 조달에 차질이 현실화될 경우 피해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중국발 공급과잉에 따른 LCD 패널가격 약세가 2019년에도 계속되면서 국내 업체들의 LCD 부문 수익성이 저하되고, OLED로의 사업구조 전환을 위한 대규모 투자로 재무안정성이 약화됐다.

LCD 대비 고도화된 소재와 장비를 요구하는 OLED 분야에서 일본의 수출규제가 현실화될 경우 중국 업체들의 글로벌 세트사 내 공급점유율이 확대되고, 중국과의 기술격차가 축소될 수 있어 중장기적으로 사업경쟁력이 약화될 가능성이 있다.

2차전지의 경우 국내 제조사들은 양극재, 분리막, 파우치형 배터리 셀을 보호하는 역할을 하는 파우치 필름 등의 2차 전지 소재 일부를 일본 업체로부터 조달하고 있다.

삼성SDI는 분리막, 파우치 필름 등에 일본산 제품을 채용하고 있는 소형 전지에 대한 일본산 소재 사용 비중이 크지 않아 원재료 조달에 큰 어려움이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

LG화학도 화이트리스트와 상관없이 일반적인 통관 절차를 밟고 있는 해외공장의 생산능력 비중(약 85%), 국내공장에서 사용하고 있는 일본산 소재 비중 등을 감안할 때 수출규제에 따른 영향이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상위권 시장지배력을 확보하고 있는 국내 2차 전지 업체의 납품 지연에 따른 파급효과를 감안하면, 국내 2차전지 업체들이 소재 확보에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높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LG화학은 향후 3~4년 내 양극재의 자체생산 및 국내업체 조달 비중을 약 50%까지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처럼 국내 2차전지 제조사들은 자체적으로 핵심소재에 대한 내재화율을 높여가고 있다. 국산과 중국산, 유럽산 등으로 점차 소재를 대체하면서 시장환경 변화에 대응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신평은 “일본산 소재를 대체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경우 단기적인 생산차질이 빚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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