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점시장, 사케전문점이 뜬다

입력 2008-08-06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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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서에 맞는 현지화 작업이 병행돼야

주점시장에 ‘사케’ 열풍이 한창이다. 일본식 주점이 확산하면서 사케가 빠른 속도로 국내 주류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

사케의 인기비결은 술 소비도 '웰빙'이 대세를 이루면서 낮은 도수의 술을 선호하는 젊은 층이 꾸준히 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젊은 여성들이 소비의 주류층으로 부상하면서 술 소비량이 크게 증가, 여성 기호에 따라 음주 문화가 폭음을 자제하고 분위기와 개성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바뀌면서 주점시장을 사케 같은 부드러운 맛의 저도주(低度酒)들이 리드하고 있다.

창업시장에 스며드는 일류(日流) 바람

소득 수준이 높아지고 웰빙 문화가 정착돼 가치소비가 늘면서 한국식 입맛에 맞춘 해외 외식 메뉴들이 점차 다양해지고 있는 가운데 창업시장에 일본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최근 트렌드에 민감한 젊은 층이 많은 상권을 중심으로 사케, 라멘, 오코노미야키 등 일본의 외식 아이템을 내세운 전문점들이 급속히 늘어나고 있다.

특히 한류 못지않게 국내에서도 일본 문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중장년층을 중심으로만 소비되던 사케가 최근 들어서는 젊은 층으로까지 폭넓게 확산되고 있다.

외식업계에서 와인 열풍과 더불어 20~30대 젊은 층에 일본 바람을 주도해온 것은 일본 술 ‘사케’다. 사케는 알코올 도수가 13~17도로 낮아 가볍게 즐길 수 있는 데다, 제조방법이나 재료에 따라 종류도 다양하다.

또 일반 ‘오뎅바’에서 파는 사케의 가격은 한 잔에 5000~6000원선으로 부담 없는 가격에 부드러운 맛을 느낄 수 있으며, 맛이 깔끔하고 부드러워 신세대 젊은 여성들에게 인기가 높다.

올해 사케의 상반기 수입 증가율만 보면 지난해 열풍을 일으켰던 프랑스 와인을 앞질렀다.

관세청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6월 말까지 일본으로부터 수입된 사케는 거의 전량이 일본산으로, 모두 752t(259만 달러)에 달한다. 지난해 같은 기간의 수입량 515t과 비교하면 46.1% 증가한 셈이다.

우리나라가 프랑스로부터 올 상반기에 들여온 포도주는 2754t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3202t)에 비해 14% 줄었다. 지난 수년 동안 일본식 퓨전요리가 인기를 끌고 저도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일본 사케의 수입은 매년 큰 폭으로 증가, 지난해에는 1275t으로 처음 1000t을 넘어섰다.

일본식 선술집 속속 생겨나

몇 년 전까지 소수에 불과하던 일본 선술집이 최근 20~30대 젊은 층이 몰리는 서울 강남구 청담동이나 압구정동, 신사동, 홍대 입구 등에 속속 생겨나고 있다.

대표적인 업체인 ‘오뎅사께’는 월평균 5~10호점이 신규로 개설되고 있어 사케의 인기를 실감케 하고 있다.

서울 잠원동에서 오뎅사께를 운영하는 강명화(39)씨는 5년간 일본 생활을 하면서 사케 맛을 알게 돼, 자신이 직접 사케전문점을 내고 ‘사케 전도사’ 역할을 하고 있다.

오뎅사께는 장인들의 손맛으로 만들어 낸 정통 수제 어묵과 준마이다이긴조, 혼죠조야마다니시키 등 대중적으로 인기가 높은 10여 가지 이상의 사케를 갖추고 있다.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해 직장인들이 퇴근 후 부담 없이 사케를 즐길 수 있는 곳으로, 일식 안주와 함께 양송이조개관자철판․사천식돈야채떡쌈 등 한식, 중식을 망라한 60여 가지 퓨전요리를 사케와 함께 즐길 수 있다는 것도 특징이다.

인테리어도 다양한 고객층의 취향을 고려해 일본 분위기를 내면서도 세련되고 현대적인 멋을 가미한 카페 형태로 차별화했다.

강씨는 “퇴근 직장인을 중심으로 20대 젊은 층에서 중장년층까지 고객층이 다양한 데, 이 중 절반가량이 여성”이라며, “너무 일본식을 내세우지 않고 한국인의 입맛에 맞게 메뉴와 인테리어를 차별화한 것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사케는 점차 마니아층이 확산되고 있고, 소주나 맥주에 비해 단가가 높아 매출에도 큰 도움이 된다. 또 본사에서 모든 요리를 ‘원팩 시스템’으로 공급해 주고 있어, 주방 1명, 홀 1명 정도로도 충분히 점포 운영이 가능해 수익률도 매우 높은 편이다.

일본식 퓨전요리 전문점 ‘오꼬만’ 역시 나마죠죠, 마노즈루다이긴죠, 이이찌꼬 등 다양한 일본 청주를 맛볼 수 있다.

특히 사케에 어울리는 오뎅과 꼬치 메뉴에 더해 연어샐러드․날치알쌈․메로구이․해물 오뎅탕 등 100여 가지 메뉴의 다양하고 색다른 해산물 안주로 애주가에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사케의 인기를 배경으로 일본식 선술집 이자카야도 속속 들어서고 있다. 이자카야는 3~4년 전부터 바람이 불기 시작해 ‘쇼부’, ‘아와비’, ‘라쿠엔’ 등 다수의 프랜차이즈 브랜드가 등장할 만큼 인기를 끌고 있다.

과거 유행했던 로바다야키가 고급스럽고 비쌌다면, 이자카야는 서민적이고 친숙하다. 일식 안주다보니 술 역시 사케를 곁들이는 손님들이 많다.

전망 및 주의점

소득 수준이 높아지면서 소주와 맥주로 양분되던 주점시장에도 세계맥주, 와인, 사케 등 다양한 아이템들이 등장하고 있다.

특히 이들 아이템은 해외 경험이 많아 외국 문화에 친숙하고 트렌드에 민감한 20~30대 젊은 층이 수요를 주도하고 있다는 점에서 앞으로 시장이 점차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주점은 음식점과 더불어 창업자들이 선호하는 대표적인 창업 아이템 중 하나지만, 소비자의 취향에 따라 민감하게 변화하는 특징이 있다.

따라서 주점을 창업하고자 할 때는 최근의 트렌드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사케 전문점 창업 시에는 메뉴나 인테리어 등에서 너무 일본 색깔을 내세울 경우 정서적으로 국내 소비자들에게 거부감을 줄 수 있다는 데 유의해야 한다.

이국적인 맛과 멋을 살리면서도 우리 정서에 맞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현지화 작업이 병행돼야 성공할 수 있다.

아직 사케가 일반적인 주류 메뉴가 아닌 만큼 손님들에게 적극적인 홍보를 통해 사케의 특징이나 맛을 알리는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일본 관련 창업아이템 선택 시에는 한일 관계에 민족적, 정치적인 창업시장 외적인 변수들이 많아 수시로 변화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를 고려하여 신중을 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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