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PD연합회가 '그것이 알고싶다' 故 김성재 편의 방송금지 가처분신청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한국PD연합회(이하 PD연합회)와 SBS PD협회는 5일 성명을 내고 재판부가 과거 김성재의 여자친구였던 김 모 씨가 제기한 방송금지 가처분 신청을 인용한 것은 '사전 검열'과 마찬가지라며 반발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부장판사 반정우)는 지난 2일 김 씨의 방송금지가처분 신청을 인용한다고 밝혔다. '그것이 알고 싶다'는 3일 방송을 통해 1995년 23세 나이로 숨진 듀스 출신 가수 김성재의 사망 의혹을 다룰 예정이었다. 그러나 방송 금지 처분에 따라 한 주 결방하게 됐다.
PD연합회는 "방송을 못 본 입장에서 이 결정에 대해 언급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방송 내용을 '알 수 없게 만든 것' 자체가 이 결정의 문제점이다. 방송 내용에 대한 최종 가치판단은 시청자·국민의 몫이다. 방송의 주인인 시청자·국민들은 이 프로그램에 어떤 문제가 있었기에 방송금지가처분을 받았는지 직접 판단할 기회를 박탈당했다"라고 반발했다.
한국 PD연합회는 "대다수 판사들이 공명정대한 판결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점을 인정한다. 하지만 판사들도 사람이다. 방송금지가처분 결정은 객관적 증거보다 판사의 주관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고, 그렇기 때문에 오해와 편견에 영향 받은 부정확한 판단이 나올 가능성도 상존하는 게 사실이다"라며 "판사들이 만에 하나 그릇된 판단을 내려서 공익적 프로그램을 볼 시청자·국민의 권리를 침해한다면 그야말로 헌법 가치를 훼손하는 심각한 일이 아니겠는가"라고 전했다.
또 "'기획의도의 진정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라고 두 차례나 강조한 결정문의 내용은 선뜻 수긍하기 어렵다. 제작진은 '새로운 과학적 증거로 미제사건을 해결할 수 있는 제도적 대안을 모색한다'라고 기획의도를 밝혔는데, 법원은 이 기획의도에 '진정성'이 없다고 단정한 것이다"라며 "이는 제작진의 양심을 판사가 임의로 규정한 것으로, 제작진을 모욕하고 깊은 좌절을 안겨줄 수 있는 위험한 표현이라 아니할 수 없다. 재판부가 가처분 신청인의 인격과 명예를 소중히 여긴다면, 우리 PD들의 명예와 인격도 조금은 존중해야 마땅하지 않겠는가"라고 지적했다.
한국 PD연합회는 "이번 결정문은 '신청인 김OO 씨는 공적 인물이 아니'라고 적시했고, '신청인이 김성재를 살해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내용이 방송되면 그의 인격과 명예가 훼손될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이러한 법원의 취지는 존중할 만하다"라며 "그러나, SBS PD협회가 지적한 대로 '고 김성재 씨 사망사건은 엄연한 공적 사건'이며, 이를 밝히려는 공익적 보도행위를 금지하는 것은 사전 검열에 다름 아니다. 방송금지가처분 제도는 어떤 경우든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거나 ‘검열'의 도구로 전락해서는 안 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앞서 '그것이 알고 싶다' 제작진 측은 법원의 가처분 신청 인용에 대해 "법원의 방송 금지 가처분 결정을 따를 수 밖에 없으나, 제작진 입장에선 깊은 유감을 표한다"라고 입장을 밝혔다.
제작진 측은 "본 방송은 국민적 관심이 높았으나 많은 의혹이 규명되지 않은 채 방치되어 왔던 미제사건에서, 사건해결에 도움이 될수도 있는 새로운 과학적 사실이 드러났다는 전문가들의 제보로 기획되었고, 5개월간의 자료조사와 취재 과정을 거쳤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제작진의 공익적 기획 의도가, 방송으로 시청자들에게 검증받지도 못한 채 원천적으로 차단 받는 것에, 제작진은 깊은 우려와 좌절감을 느낀다"라며 "방송 자체가 금지될 것으로 전혀 예상하지 않았기에 이미 취재한 내용에 대해서는 향후 깊은 고민을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