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공략하고 있는 한국 소재부품 산업의 대(對)일본 의존도가 감소한 반면 일본의 대한국 의존도는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여전히 한국의 대일 의존도가 일본의 대한 의존도보다 4배 가까이 높아 양국 간 생산능력과 기술력 격차를 줄이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28일 한일경상학회에 따르면 이홍배 동의대 무역·유통학부 교수는 ‘한국 소재부품의 대일본 무역적자 축소 원인 고찰’ 논문을 통해 한국 소재부품산업은 만성적으로 일본에 높은 의존도를 보였으나 한국의 기술력 제고 노력 등에 힘입어 양국 산업구조가 변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 소재부품의 대세계 무역흑자는 2000년 93억 달러에 불과했지만 2005년 227억 달러, 2010년 779억 달러, 2015년 1050억 달러, 2017년 1137억 달러 등으로 증가했다.
하지만 한국 소재부품산업은 일본과 무역에서 한 번도 흑자를 못 내는 등 약한 모습을 보였다. 2017년 한국 소재부품의 대일 무역적자는 160억 달러를 기록했다. 전체 대일 무역적자에서 소재부품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56.5%에 달한다.
다행히 대일 무역적자가 점차 줄고 있다. 한국 소재부품의 대일 무역적자는 2000년 103억 달러에서 2010년 242억 달러로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으나, 이후 점차 적자 폭이 줄면서 2017년 160억 달러까지 줄었다. 2000∼2017년 전체 대일 무역적자에서 소재부품이 차지하는 비중도 91.2%에서 56.5%로 의존도를 낮췄다.
이 교수는 “과거와 달리 양국 간 무역 관계가 일방적인 의존구조에서 탈피해 쌍방향적 의존구조로 전환됐음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두 나라 산업 간 수입의존도를 보여주는 지표인 국제기술분업도(ITS) 지수를 보면 한국의 대일본 국제기술분업도 지수는 2000년 0.0238에서 2015년 0.0171로 절반 가까이 줄었다. 반대로 일본은 0.0017에서 0.0045로 2.6배 늘었다. 이 지수는 1에 가까울수록 의존도가 높고, 0에 가까울수록 의존도가 낮음을 의미한다.
수치상으로 보면 한국의 대일 의존도가 일본보다 4배 가까이 높지만, 추세적으로는 한국은 대일 의존도는 줄고 일본은 대한국 의존도가 높아졌다.
세부적으로는 원천기술에 의한 생산기술 요인과 중간재 투입 요인이 감소했다. 한·일 간 보유한 원천기술의 격차와 일본에서 한국으로의 중간재 수입이 줄었다는 의미다.
이 교수는 “실질적으로 한일 간 생산기술 수준 차이가 2000년 이후 큰 폭으로 개선되는 모습”이라며 그러나 “여전히 한일 간 의존도 차이가 크게 나타나고 있어 당분간 대일 적자 구조는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책적 노력과 전략적 기술개발, 시장개척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일본은 내달 2일 각의(국무회의)를 열고 한국을 우방국인 화이트 국가(백색 국가)에서 제외하는 ‘수출 무역관리 개정안’을 처리할 예정이다. 개정안을 의결하면 일본은 민수품도 무기로 사용될 수 있다며 1100여 개 품목을 개별허가로 바꿀 수 있다.
산업부는 조만간 우리 소재부품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일본이 사실에 맞지 않는 사유를 가지고 일방적이고 차별적인 조치를 한다면 거기에 맞춰서 대응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