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은 최근 한국, 인도네시아,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단행된 기준금리 인하가 금융완화정책 사이클의 도입부라고 평가하고 있다.
한국은행은 지난 18일 경제 상황 급변을 이유로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며 기준금리를 1.75%에서 1.50%로 3년 1개월 만에 내렸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같은 날 인도네시아도 금융시장 불확실성을 고려해 기준금리를 6.00%에서 5.75%로 1년 10개월 만에 인하했다. 남아공 역시 국내외 경제성장 둔화를 우려해 기준금리를 6.75%에서 6.5%로 1년 4개월 만에 낮췄다.
프라카쉬 사크팔 ING은행 아시아 담당 이코노미스트는 “한국의 기준금리 인하는 완화 사이클의 시작”이라고 진단했다.
이같은 신흥시장의 금리인하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유럽중앙은행(ECB) 등 선진국의 확실한 완화 신호가 배경이 됐다는 분석이다. 자본 유출 우려 때문에 신흥국들은 선진국 통화정책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탓이다. 실제로 연준의 완화 기조가 선명해진 올해 4월 이후 호주, 뉴질랜드, 인도, 말레이시아, 필리핀 등이 기준금리를 인하했다.
이달 말 연준이 금리인하에 나서면 금융완화 사이클이 본격화할 가능성이 높다. 연준은 오는 30∼31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현행 2.25∼2.50%인 기준금리의 조정 여부를 결정한다. 연준 관리들은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며 ‘금리 인하’ 가능성을 내비친 바 있다.
ECB가 기준금리를 인하할 시점도 머지않았다는 진단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최근 유로존 연례보고서에서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불확실성 등을 거론하며 올해 역내 경제성장률을 1.3%로 제시했다. 이는 작년 1.9%보다 무려 0.6%p 낮은 수치다.
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ECB가 이르면 올해 9월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내다봤다.
미중 무역전쟁에 따른 글로벌 경기 둔화와 제조업 부진에 직면해 중국, 일본의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침체한 경기를 되살리기 위해 각국 중앙은행들은 초저금리 정책을 펼쳐왔다. 하지만 연준이 작년에 네 차례에 걸쳐 기준금리 인상에 나서면서 통화긴축이 예고됐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관세를 무기로 통상마찰을 일으키면서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이 커지고,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와 유럽의 경기둔화가 현실이 되면서 글로벌 통화정책이 다시 완화로 방향을 틀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