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인수합병(M&A) 사상 최대 거래로 예상된 넥슨의 매각이 무산되면서 당초 추진 의도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매각을 진행한 자문사들은 복잡한 해외 딜로 고생만 하고 보수도 못 챙겨 불만인 상황이다.
19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넥슨은 최근 공식적으로 매각 철회 의사를 밝혔다. 김정주 NXC 회장이 본입찰 참여 후보자들에게 이메일로 매각 철회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5개월간 게임업계와 M&A 시장을 흔든 ‘빅 딜’이 이처럼 허무하게 마무리되면서 IB 업계에서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이번 매각에 정통한 관계자는 “넥슨 매각은 한마디로 ‘이상한 딜’이었다”고 표현했다.
그는 “넥슨이 인수 후보 측에서 자료를 요구해도 주지 않고, 입찰을 미루는 등 정말 매각 의사가 있었는지 의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김 회장이 넥슨 매각가가 얼마나 될지 한번 알아보려고 한 것은 아닌가 싶다”고 언급했다.
넥슨 매각가는 한때 10조 원에서 최대 20조 원까지 거론됐다. 이에 업계에서는 국내 M&A 사상 최대 규모의 거래가 될 것으로 예상됐다.
매각 과정에 참여했던 관계자는 “실제 가격이 김 회장의 마음에 들지 않았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김 회장은 매각 대상인 NXC 지분 98.64%의 가치를 15조 원 수준으로 생각했으나, 원매자들이 제시한 가격은 이에 미치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김 회장이 재무적 투자자(FI)의 인수에도 부정적이었다”고 전했다. 김 회장은 게임사 경영이 가능한 전략적 투자자(SI)의 인수를 원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인수전에 참여한 SI는 카카오가 유일했다.
10조 원을 웃도는 대규모 딜에서 FI의 참여 없이 SI만으로 인수단을 구성하는 건 어렵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이는 김 회장의 매각 의지에 의문이 제기되는 배경 중 하나다.
자문사들 입장에서도 복잡한 해외 딜을 다루느라 고생만 했다는 불평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넥슨 매각은 검토할 게 많고 복잡한 딜이라 자문사들의 고생이 많았다”면서 “우선 일본에 지분이 있고 도쿄증시 소액주주 지분의 공동인수 문제와 한국 기업이 인수할 경우 세금 관련 사항 등이 얽힌 까다로운 구조였다”고 설명했다.
매각이 무산되면서 자문사들이 큰 보수를 챙길 수 있는 기회도 사라졌다.
자문료는 실사만 정액으로 받는다. 인수 자문사의 경우 딜이 시작되는 시점에는 착수금에 해당하는 작은 비용만 받고, 인수가 이뤄져야 성공 보수를 받는 구조다.
매각 자문사 입장에서도 해외를 오가며 고생한 게 무용지물이 됐다. 넥슨 측은 UBS, 도이치뱅크, 모건스탠리 등 세 곳의 주관사를 선정한 바 있다. 매각 초기에는 미국에서 딜을 진행하고, 이후 미국과 한국을 오가며 협상을 벌였지만 결국 헛수고로 돌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