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병호 독서산책] 헨리 민츠버그, ‘이것이 경영이다’

입력 2019-07-14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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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자는 균형잡힌 경영 역량 필요

사업을 단 한 번도 해 보지 않은 교수가 어떻게 이런 책을 쓸 수 있을까? 경영의 핵심 사안에 대해 해답을 주지 않지만 근본 문제를 생각하도록 도와주는 책이 있다. 헨리 민츠버그가 쓴 ‘이것이 경영이다(한빛비즈)’이다. 저자는 캐나다 맥길대학 교수로 경영 사상가로서 세계적 명성이 있는 인물이다. 읽는 내내 ‘직접 경험하지 않고서도 이처럼 생생한 책을 쓸 수 있구나’라고 생각하게 만드는 책이다. 두텁지 않은 분량이기 때문에 여름 휴가용으로 권할 만한 책이다.

분주하기 이를 데 없는 경영자는 균형 잡힌 경영을 수행하기가 쉽지 않다. 그런데도 균형을 잡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 그는 경영에서 잘 알려진 상당수 저자가 경영의 한 측면만을 지나치게 강조한 나머지 경영에서 균형이 차지하는 중요성을 간과한 점에 주목한다. 예를 들어 톰 피터스에 대해서는 지나치게 수행을 강조하는 저자의 단점을 이렇게 지적한다. “수행을 강조한 톰 피터스의 견해만 받아들인다면, 안에서 바깥으로 폭발하는 원심성 폭발과 같이 경영의 중심에서 강력한 틀을 형성하던 앵커링 효과를 잃어버리게 돼 경영 업무가 사방팔방으로 분열된다.”

반면에 경영자를 중앙에서 전략 수립에 집중하는 분석가로 간주하는 마이클 포터의 주장에만 집중하면 이 또한 비슷한 유형의 문제점을 낳게 된다. “마이클 포터의 관점만을 선택한다면, 바깥에서 안으로 파열되는 구심성 파열과 같은 양상을 부추긴다.” 이런 단점은 전략을 알리는 데는 유용하지만 전략이 구체적인 행동으로 연결되지 못하도록 막는다. 결과적으로 경영상의 어려움을 만날 수밖에 없다.

또 다른 사례를 들 수 있다. 생각하는 일, 즉 사고에 관한 것이다. 사고의 속성이 무거우므로 사고를 너무 많이 하면 경영자의 역량이 악화할 수 있다. 반대로 행동의 속성은 너무 가볍다. 이 때문에 행동을 너무 많이 하면 경영자는 자기 자리를 잃어버릴 수 있다.

어떤 경영자가 커뮤니케이션에만 지나치게 에너지를 쏟게 되면 경영자는 어떤 업무도 제대로 수행할 수 없다. 연계에만 지나치게 관심을 가진 경영자는 어떤 업무도 제대로 수행하기 힘들다. 통제를 지나치게 선호하는 경영자라면 ‘예스맨’만 있는 빈 껍데기 조직을 통제할 위험에 놓이게 된다. 우리가 필요로 하는 경영자는 균형 잡힌 업무를 수행하는 사람이다.

110쪽에는 ‘경영의 역량’이란 제목으로 저자가 쓴 2004년도 연구 과제를 압축 정리한 도표가 소개되어 있다. 경영자가 갖추어야 할 역량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하도록 도와주는 도표다. 이 책의 귀한 여러 부분 가운데서도 놓치지 않아야 할 내용이다. 개인 역량, 대인관계 역량, 정보 역량, 행동 역량이다. 예를 들어, 개인 역량에는 내적 자기관리 능력인 성찰과 전략적인 사고가 있다. 외적 자기관리에는 시간, 정보, 스트레스, 경력 관리가 있다. 그 밖에 일정 관리에는 시간 분할, 우선순위 설정, 어젠다 설정, 동시 업무 진행인 저글링, 시기 설정에 관한 타이밍이 있다. 대인관계 역량에는 개별 직원에 대한 리딩, 그룹에 대한 리딩, 조직과 사업부에 대한 리딩, 관리와 조직 및 사업부의 연계 등이 포함된다.

여기서 리딩은 사람을 이끄는 리더십을 말한다. 경영은 리더십와 떨어질 수 없는 관계다. 리딩은 직원의 사기를 북돋우는 일이고, 직원 안에 잠재된 에너지를 끌어내도록 돕는 일, 각 직원의 발전을 돕는 일로 구성된다. 저자의 책에는 리더십과 관련된 멋진 명언이 나온다. 스탠퍼드대학 경영대학원 짐 마치는 “리더십은 배관 공사 업무일 뿐만 아니라 시적 통찰력을 포함하는 업무”라고 말한다. 현실에 바탕을 두고 대단히 구체적인 일을 추진해야 하는 것에다 저 멀리 목표와 비전과 꿈을 향해 전진하는 두 가지를 모두 포괄한 것이 리더십임을 강조하는 멋진 표현이다.

현장의 CEO는 현실문제에 주목하는 경향이 있고, 대학 교수는 지나치게 이상적인 면에 주목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 책은 두 가지 단점을 말끔하게 해결하였다. 일독을 강하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

공병호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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