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산업통상자원부와 관세청, 세계무역기구(WTO)에 따르면 3월 한국의 수출액은 전년 동월보다 8.3% 감소했다. 수출 상위 10개국 중 이탈리아(-8.4%) 다음으로 많이 줄었다. 중국과 영국이 각각 14.2%, 0.2% 늘고 미국의 감소 폭이 0.7%에 그친 것과 대비된다. 한국의 수출액은 4월과 5월에도 각각 2.0%, 9.4% 감소했다. 6월에는 1~20일 기준으로 10.0% 줄었다.
우리나라 수출 부진의 가장 큰 원인은 미·중 무역분쟁 장기화와 반도체 업황 부진이다. 5월에는 대중국 수출이 20.1% 감소하고, 품목별로는 반도체(-30.5%), 석유화학(-16.2%), 디스플레이(-13.4%), 무선통신기기(-32.2%) 등 주력 품목들이 모두 두 자릿수 감소를 기록했다. 다른 나라들도 대외여건 악화의 영향을 받았지만, 그 타격이 우리만큼 심하진 않았다.
이런 상황은 고스란히 내수 불황으로 이어졌다. 통계청에 따르면, 5월 전산업생산은 광공업 감소(-1.7%)로 전월보다 0.5% 줄었다. 설비투자도 8.2% 줄며 3개월 만에 감소로 전환됐다.
고용시장에선 실업률이 상승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OECD 가입국들의 평균 실업률(이하 계절조정)은 2016년 6.3%, 2017년 5.8%, 지난해 5.3%로 개선세다. 같은 기간 일본의 실업률은 3.1%에서 2.8%, 2.4%로 하락했다. 반면 우리나라는 2016년 3.7%, 2017년 3.7%, 지난해 3.8%로 추세에 역행하고 있다. 올 들어선 계절이 겨울에서 봄으로 이동하면서 다른 OECD 가입국들은 월간 실업률이 하락하고 있지만, 한국은 등락을 반복하며 불안정한 모습이다.
특히 최근 추세가 이어지면 올해 우리나라의 연간 실업률이 미국을 역전할 가능성도 있다. 올 들어 4월까지 한국의 월간 실업률은 1월(4.4%)과 4월(4.1%) 미국(각각 4.0%, 3.6%)보다 높았다. 경제·인구 규모가 클수록 경제활동 참가율이 높아 실업률도 높다는 점에서 양국의 실업률 역전은 이례적이다. 관련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1989년 이후 우리나라의 연간 실업률이 미국보다 높았던 때는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사태 직후였던 1998~2000년뿐이다.
다만 하반기부턴 수출은 물론, 국내 제조업 경기도 회복세로 전환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지난달 ‘2019~2020 경제전망’에서 수출액이 상반기 0.1% 감소에서 하반기 3.3% 증가로 전환되고, 설비투자는 10.1% 감소에서 0.8% 증가로 반등할 것으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