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검찰 등에 따르면 정 씨는 두바이에서 해외도피 21년 만에 붙잡혔다.
정 씨는 1997년 11월 시베리아 가스전 개발회사인 동아시아가스(EAGC)를 세우고 이사로 지내며 회사 임직원과 공모해 이 회사 주식투자 매각 대금 중 회삿돈 3270만 달러(당시 한화 320억원)를 스위스의 비밀계좌로 빼돌린 혐의를 받았다.
검찰은 정 씨가 한보그룹이 부도가 난 뒤 동아시아가스가 채무 변제로 다른 사람에게 넘어갈 것을 우려해 돈을 미리 빼돌린 걸로 봤다.
당시 한보그룹 부회장이었던 정 씨는 1998년 한보철강 비리의혹으로 검찰 수사가 시작되자 잠적했다. 당시 그는 국세 294억 원을 체납한 상태였다.
검찰은 지난 2008년 9월 공소시효 만료를 이틀 앞두고 정 씨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재산 국외 도피 및 횡령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현재 서울중앙지검은 직원들을 두바이에 파견해 정 씨를 송환하는 절차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정 씨의 아버지인 정태수 전 회장은 건국 이후 최대 금융비리 사건으로 꼽히는 '한보사태'의 주역이다. 1997년 당시 한국의 재계 서열 14위였던 한보그룹은 부도가 나면서 5조7000여억원에 달하는 부실 대출이 드러났다.
정 전 회장의 일가는 외환위기 이후 해외 도피 생활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1923년생인 정 전 회장의 생사도 현재는 알 수 없다. 국세청이 2014년에 공개한 '고액·상습 체납자' 중 정 전 회장의 체납액은 2225억 여원으로 1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