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저장장치(ESS) 화재의 직접적인 원인이 배터리가 아니라는 조사 결과가 발표되며 화재의 책임을 면한 LG화학, 삼성SDI 등 배터리 제조사가 본격적인 사업 정상화에 나선다.
다만, 결함이 있는 배터리가 ESS 화재의 간접적인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 만큼 배터리 안전성을 대폭 강화할 방침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1일 민관합동 ESS 화재사고 원인조사 위원회가 실시한 ESS 화재사고 원인 조사 결과 △전기적 충격에 대한 배터리 보호시스템 미흡 △운영환경 관리 미흡 △설치 부주의 △ESS 통합제어·보호체계 미흡 등 4가지 요인을 확인했다.
ESS는 태양광·풍력 등에서 발전되거나 전력계통으로부터 공급된 전력을 배터리에 저장한 후 필요한 때에 공급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앞서 산업부는 작년 5월부터 태양광 발전시설과 풍력 발전 시설 등에서 ESS 연쇄 화재가 발생하면서 조사위를 꾸려 원인 조사에 착수하는 동시에 1490개 사업장에 대한 현장실태조사, 정밀안전 진단, 다중이용시설 ESS 전면 가동중단 등 다각적인 대응조치를 실시했다.
조사위는 이번 조사에서 배터리 자체와 화재의 직접적인 연관성을 밝히진 못했다. 일부 배터리 셀에서 제조상 결함을 발견했으나 이러한 결함을 모사한 실증에서 화재가 발생하지 않았다.
산업부 관계자는 “다수의 사고가 동일공장의 비슷한 시기에 생산된 배터리를 사용한 것이 확인됨에 따라 배터리 생산과정의 결함을 확인하기 위한 셀 해체분석을 실시한 결과 LG화학의 일부 셀에서 극판접힘, 절단불량, 활물질 코팅 불량 등의 제조 결함을 확인했다”며 “이에 극판접힘과 절단불량을 모사한 셀을 제작해 충·방전 반복시험을 180회 이상을 수행했으나 발화로 이어질 수 있는 셀 내부의 단락은 발생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결국 ESS 화재의 책임에서 자유로워진 배터리 제조사들은 안도의 한숨을 쉬며 본격적으로 사업 재개에 나설 방침이다. 중단됐던 ESS 시설을 방화벽 등 보완조치 후 재가동하고 신규 시장을 공략할 예정이다.
업체들은 사업 정상화와 함께 막대한 손실을 불러온 ESS 화재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산업부의 안전관리 대책을 준수할 방침이다.
특히 배터리셀의 결함이 간접적인 화재의 요인으로 지목된 만큼 자체적으로 제품 안전성도 대폭 강화할 예정이다. 산업부는 8월부터 배터리셀을 안전인증 대상에 포함해 생산 공정상의 셀 결함 발생을 예방할 계획이다.
배터리 제조사 관계자는 “배터리 셀에 대한 불확실성이 소멸되면서 ESS사업도 정상화될 것”이라면서 “배터리도 안전 관리 대상에 포함되는 등 관련 안전 대책과 기준이 강화되는 만큼 이를 준수하고 자체적인 안전 기준도 강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안전기준 강화로 배터리 업체들의 전반적인 비용이 증가되고 수익성이 악화될 것이란 우려도 있지만 업계에선 ESS 산업의 안전성 및 신뢰성을 확보하며 시장의 규모를 키울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배터리 제조사의 실적은 하반기부터 회복될 전망이다. 국내 ESS 사업 중단으로 1분기에만 LG화학은 1200억 원에 달하는 손실을 입었으며 삼성SDI도 수익성이 반토막 났다. 그러나 하반기에는 LG화학의 흑자전환과 삼성SDI의 매출 급등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교체 비용, 피해 보상 등을 감안해 설정해 둔 충당금 역시 환입되며 실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번 화재 사태 이후 ESS 시장이 양질의 성장을 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배터리 제조사들의 성장은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산업부가 위축된 ESS산업이 성장 활력을 회복할 수 있도록 단기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중장기적으로 새로운 분야의 수요 창출을 지속 지원하겠다고 밝힌 만큼 ESS 시장의 양적인 성장이 기대된다.
동시에 ESS 생태계의 건전성과 종합적인 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한 정책적 지원 강화에 따라 질적인 개선도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산업부는 차세대 배터리 개발 및 조기 상용화를 지원하고 ESS협회를 설립해 소통과 협업 수준을 대폭 제고하는 등 다각적인 지원에 나설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사태로 인해 ESS 시장 자체가 한 단계 성숙해지는 계기가 됐다”며 “이러한 화재 사태가 재차 발생하지 않도록 안전 대책과 기준을 강화해 지속 성장이 가능토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