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조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과 만난 기업들이 4차 산업혁명으로 급변하고 있는 산업구조 속에서 경쟁력을 잃지 않도록 규제를 완화해달라고 요청했다.
여민수 카카오 사장은 23일 서울 중구 상의회관에서 열린 ‘공정거래위원장과 대기업집단 정책간담회’에서 “최근 구글, 아마존, 넷플릭스 등 해외 업체들로부터 국내 시장을 지키기 위해 토종 IT기업으로서 열심히 노력하고 고민하고 있다”며 “그러나 같은 서비스를 오픈해도 글로벌 기업은 역외 적용이 안되고 국내 기업만 규제를 받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향후 사회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IT 기술에서 글로벌 기업에 뒤처지지 않도록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며 “기술 플랫폼에 종속되면 빠져나올 수 없으며 한 번 뒤처지면 따라갈 수 없다”고 우려했다.
이날 여 사장은 신산업이 기존 사업모델과 부딪치는 경우 사업을 진행할 수조차 없는 장벽에 가로막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과 시장을 만들어가는 경우 기존 비즈니스모델과 부딪치면 사업을 할 수 없다”며 “또 선례가 없단 이유도 새로운 사업모델 할 수 없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또 “상황이 바뀌었지만 이전 규제로 인해 신산업을 막는 사례도 있다”고 덧붙였다.
여 사장은 글로벌 경쟁력을 화보하기 위해 IT기업만의 특성을 이해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는 “기회인 4차산업혁명으로 산업이 재편되는 가운데 글로벌 기업들과의 경쟁을 위해 IT산업의 특성을 이해해달라”며 “카카오를 비롯한 국내 기업들이 경쟁력을 잃지 않도록 해달라”고 제언했다.
특히 여 사장은 “카카오 역시 상생을 통해 공정 경쟁과 거래환경을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에 김 위원장은 “카카오에서 말한 것과 같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우리 경제의 경쟁력을 유지하고 제고하기 위해 정부와 재계가 어떤 노력을 해야 하나 좀더 자세하게 논의하겠다”고 답했다.
이어 김 위원장은 인사말을 통해 기업들에 공정경제를 확립하기 위해 자발적인 개혁을 재차 강조했다. 기존 일감몰아주기 관행을 해소하고 불공정한 하도급 관행 등을 해결해야 지속성장할 수 있는 기업으로 발전할 수 있다고 당부했다.
이 자리에서 김 위원장은 “모든 경제 주체가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우리 사회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놓고자 하는 공정경제를 이루기 위해선 사회 전반의 체질개선이 필요하다”며 “무엇보다도 건전한 지배구조 확립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날 김 위원장과 대기업과의 간담회는 4번째 이뤄진 것으로, 그동안 10대 그룹 등 주요 기업들과 의견을 주고 받은 것과는 달리 30대 그룹으로 참석자가 확대됐다. 이 자리에는 한진, CJ, 부영, LS, 대림, 현대백화점, 효성, 영풍, 하림, 금호아시아나, 코오롱, OCI, 카카오, HDC, KCC 등 15개 기업 전문경영인(CEO)이 참석했다.
김 위원장은 “기업 스스로 선제적인 변화에 노력을 기울이고 모범적인 사례를 만들어달라고 당부한 결과 기업과 정부가 개혁 방향에 대해 공감대를 가지고 순환출자 고리가 상당 부분 해소되는 모습이 나타났다”면서 “늦은 감이 있으나 오늘 참석자들도 이러한 변화의 흐름에 동참해줄 것으로 다시 한번 요청한다”고 말했다.
이날 김 위원장은 기업들에 주주, 협력업체, 소비자 등 이해관계자의 의사를 반영하고 투명성과 책임성 있는 지배구조를 갖추는 제도와 관행이 확립돼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는 “기업들이 관련 법령에 턱걸이 하는 게 아닌 10년 후 발전수준에 맞춰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게 필요하다”며 “그동안 현행법을 엄청하게 집행하고 기업의 자발적인 변화를 촉구했으며, 두 가지의 노력에도 부족하다면 법적인 조치를 취하는 내용의 재벌 개혁을 위한 3가지 원칙을 강조해왔다”고 말했다.
이어 “공정위는 이런 원칙에 따라 흔들림 없이 개혁을 추진할 것”이라며 “지배구조 개혁은 기업의 의사 결정 구조 자체를 변화하는 것으로 우리는 정권 초기라는 과속하지 않고 경기가 어렵다고 후퇴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김 위원장은 특히 일감몰아주기 관행이 해소되고 하도급 분야의 공정한 거래 관행이 확립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일부 대기업이 일감을 독식하며 중소기업, 소상공인에게는 공정한 경쟁의 기회조차 없다”며 “대기업 자체도 일감몰아주기 과정에서 핵심 역량을 훼손하고 경쟁력을 잃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만약 일감을 계열사에 몰아주려면 주주와 시장이 납득할 수 있을 정도로 합리적인 근거를 대야 한다”며 “능력 있는 중소기업에 일감을 개방하고 참여를 촉진하면서 함께 성장하는 미래를 만들어달라”고 주문했다.
아울러 김 위원장은 “중소 협력 업체도 경쟁력을 갖추는 동시에 일한 만큼 정당한 보상을 받는 환경이 보장돼야 한다”며 “특히 기술 탈취 등은 없어야 하며 하도급법, 상생협력법 등을 총괄할 수 있는 방안을 관련 부처와 적극 협력해 만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김 위원장은 “대기업은 한국경제의 소중한 자산”이라며 “이번 간담회로 상호 이해 폭을 넓히는 의미있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