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제3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를 위해 외부평가위원회를 구성, 본격적인 인가 심사에 들어갔다. 이르면 이달 말 예비인가가 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인터넷전문은행 전반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상당하다.
실제 인터넷은행법 시행으로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이 인터넷은행의 대주주로 올라설 수 있는 길이 열렸지만,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는 공정거래법 위반이라는 복병을 만나 금융당국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 통과가 불투명한 상황에 처해 있다.
이래선 인터넷전문은행의 발전 및 금융산업의 혁신을 기대하기 어렵다.
바야흐로 4차 산업혁명 시대다. 이 시대에 가장 주목받는 단어는 다름 아닌 ‘혁신’일 것이다. 혁신을 위해서 기존 틀을 모두 걷어내야 한다. 하지만 작금의 현실은 혁신이란 말만 넘쳐날 뿐이다.
특히 금융 분야는 일반 국민들의 인식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다른 산업에 비해 혁신의 속도가 더디다.
지난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18년 모바일금융서비스 이용행태 조사결과’에 따르면 인터넷전문은행과 일반은행의 모바일 뱅킹서비스를 모두 이용하는 응답자를 대상으로 선호도를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56%가 인터넷전문은행을 더 선호한다고 답했다. 특히 연령대별로는 연령이 낮을수록 인터넷전문은행을 선호하는 비율이 높게 나타났으며, 소득별로는 대체로 소득이 높을수록 인터넷전문은행에 대한 선호도가 높았다.
반면 금융당국이 바라보는 인터넷전문은행의 시선은 그리 달가워 보이지 않는다. 규제 중심의 사고 방식에 몇십 년 동안 사로잡혀 있다 보니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
금융산업 혁신을 위한 새로운 방법은 없을까. 다소 도발적인 발상일 수도 있지만 주무부처를 바꿔보면 어떨까.
각종 규제에 익숙해 있는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이 아니라 새로운 산업 트렌드에 맞게 인터넷전문은행이나 핀테크 산업의 주무부처를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 이관하는 방안을 제안한다.
기존 잣대가 아니라 타 부처가 이 부문을 맡음으로써 전혀 새로운 시각에서 기존 금융 산업과의 경쟁을 유도하게 한다면 혁신이 가능할 수 있다고 본다.
그리고 실제 그런 성공 사례가 존재한다. 바로 KAIST(카이스트)다. 카이스트는 최근 영국 글로벌 대학평가기관 ‘THE(Times Higher Education)’의 2019 세계대학 영향력 순위에서 산업·혁신 및 인프라 부문 4위에 올랐다. 상위 10개 대학 중에 우리나라 학교는 없다. 아시아에선 홍콩대(10위)가 유일하다. ‘2018년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 대학 톱 100’에서 KAIST는 아시아 대학 중 최고 순위에 오르기도 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많은 요인이 있겠지만 카이스트가 교육부 산하가 아니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이기 때문에 가능하다는 점에 많은 이들이 공감한다. 과기부 산하이기 때문에 타 대학교들이 적용받는 여러 가지 제한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다.
다시 금융산업으로 돌아가 보자.
4차 산업혁명의 시대, 급변하는 금융산업의 시대에서 기존 금융당국이 인터넷전문은행·핀테크 산업을 담당하는 것이 과연 옳은 선택일까. 아니다. 금융 관련 업무는 모두 기존 금융당국이 담당해야만 한다는 생각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물론 기존 관료들이나 금융당국은 안정성을 문제 삼을 수 있다. 오랫동안 쌓아온 금융 관련 전문 지식과 노하우도 강점이다. 하지만 출범 2년을 맞이한 인터넷전문은행의 현재 모습을 보면 기존 방식은 더 이상 안 된다는 것만을 확인시켜 주고 있다. 가장 큰 걸림돌이 바로 현재의 금융당국인 셈이다.
주무부처를 바꾸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 엄청난 반발이 예상된다. 하지만 카이스트 설립 당시에도 기존 대학교수들과 문교부에선 엄청나게 반발을 했었다. 그 모든 반발들을 이겨낸 지금 ‘SKY’보다 더 혁신적인, 더 영향력 있는 카이스트가 존재하고 있다.
인터넷전문은행의 설립 취지는 IT와 금융산업의 융합 시대에 발맞춰 새로운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있다. 이를 위해선 종전 은행과 동일한 규제를 강제하지 않아야 한다. 뼛속까지 규제로 뭉쳐 있는 현재의 금융당국 관리에서 벗어나게끔 하는 것이 금융 개혁을 위한 첫걸음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