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환율불안 증폭, 대외신인도 추락의 심각성

입력 2019-05-07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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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달러 환율이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3일 원·달러 환율은 전날 종가보다 달러당 4.3원 오른 1170.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2017년 1월 9일(1177.6원) 이후 2년 4개월 만에 최고치다. 작년 말 1116.0원에서 올 들어 54원(4.8%)이나 상승했다.

미국 경제 호황에 따른 달러 강세의 영향이 크다. 미국 경제성장률이 1분기 3.2%(연율 기준)를 기록했다. 반면 한국은 1분기에 전 분기 대비 -0.3%로 성장률이 추락했다. 수출이 4월까지 5개월 연속 감소해 경기 부진이 심화될 우려를 키운 게 원화 약세를 부추겼다. 최근 6거래일 동안에만 환율이 1141.8원에서 1170.0원으로 28.2원이나 뛰었다.

환율은 당분간 더 오를 것이라는 예측이 많다. 수출 감소로 무역흑자가 줄면서, 4월 경상수지가 적자로 돌아설 가능성이 높다. 경상수지 적자는 2012년 4월 이후 7년 만이다. 외국인 투자자들에 대한 배당금의 해외송금 규모가 일시적으로 커진 것을 감안해도, 경상수지 적자는 한국 경제의 적신호다. 여기에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 발사는 그동안 안정적이었던 지정학적 리스크까지 높이고 있다. 단기간 내 환율이 1200원대까지 치솟을 것이란 전망이 없지 않다.

물론 환율상승에는 우리 경제에 긍정과 부정의 양면성이 존재한다. 수입물가 부담은 커지지만, 감소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수출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전자·자동차·정유·철강·조선 등 주력산업 수출의 가격경쟁력이 높아진다. 그러나 최근 글로벌 경기침체에 따른 수요감소로 수출물량이 줄어들고 있는 상황인 데다, 우리 수출상품에 가격보다는 품질경쟁 품목이 많아져 긍정적 상관관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 환율이 오른다고 수출증대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것이다.

오히려 금융시장 불안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환차손 등을 회피하기 위한 외국인 투자자의 이탈이 가속화될 가능성이 크다. 실제 외국인은 환율이 1140원을 넘어선 4월 22일 이후 주식선물시장에서의 매도 추세가 뚜렷하다. 5월 3일 코스피시장에서 외국인은 1508억 원어치를 순매수했지만, 선물시장에서는 8804억 원어치나 순매도했다.

환율의 단기간 내 급등이 금융시장 불안을 증폭시키고 외국인들이 주식이나 채권을 대거 팔아치울 경우 환율 상승을 더욱 부추기면서 악순환에 빠져들 가능성이 없지 않다. 외환당국이 어느 때보다 환율 변동에 경각심을 갖고 대처해야 할 이유다. 무엇보다 최근의 환율 불안은 대외 변수보다 우리 경제의 펀더멘털 약화와 경기부진에서 비롯되고 있다는 점이 문제의 심각성을 키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한국 경제는 환율 하락에 따른 원화가치 상승을 걱정해야 할 처지였다. 지금 상황이 완전히 달라진 것은 결국 한국 경제의 대외 신인도가 추락하고 있다는 구조적 문제를 드러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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