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 항공주뿐일까. 인수 후보로 거론되는 기업들의 주가까지 들썩이고 있으니 아시아나항공이 현재 주식시장의 ‘핵인싸’임은 분명하다.
그런데 아시아나항공의 매각이 주가에 호재이기만 할까. 물론 그간 아시아나항공이 그룹 이슈에 휘말려 기업가치를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던 만큼 새 주인을 찾을 경우 증시에서 재평가를 받을 수 있는 것은 사실이다.
문제는 매각 작업이 순조로울 수 있느냐다. 아시아나항공은 산업의 특성상 해외 자본이 들어올 수 없다. 때문에 SK, 한화, CJ, 애경그룹 등 국내 기업들이 유력 인수자로 거론되고 있다.
시장에서는 이들 기업의 자금력 혹은 아시아나항공과의 시너지 효과 등을 계산하며 인수 후보를 꼽고 있지만, 공식적으로 아시아나항공에 관심을 표명한 기업은 없다.
매력적인 매물임에는 분명하나, 치명적인 ‘독’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아시아나인수 자금은 1조~1조5000억 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그런데 별도로 막대한 빚도 떠안아야 한다. 아시아나항공의 총차입금은 지난해 연말 기준으로 3조4000억 원 수준인데, 이 가운데 1조1904억 원을 당장 올해 안에 갚아야 한다.
빚을 갚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모기업 뒷바라지에 상실한 성장 동력을 되찾는 데도 막대한 자금이 필요하다.
이는 기업들이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선뜻 나서지 않는 이유이며, 지난 3거래일간 외국인과 기관 투자자들이 아시아나항공 주식을 내다 판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개인투자자들은 이런 계산보다는 ‘SK항공’ 혹은 ‘한화항공’, ‘CJ항공’만을 꿈꾸며 냉정한 판단에 나서지 못하는 모습이다. 주식뿐 아니라 아시아나항공 회사채와 자산유동화증권(ABS)에도 개인투자자들이 몰리는 것은 이를 방증한다.
아시아나항공의 매각 작업이 진행된다고 해서 당장 재무건전성이 좋아지거나 신용등급이 올라가지 않는다. 전문가들도 인수합병(M&A) 이슈로 단기적으로 주가가 상승할 수는 있지만 이를 통해 기업의 펀더멘털 개선 여부를 가늠하기는 이르다고 지적하고 있다.
잘나가는 주가에 찬물을 끼얹자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과거 대우조선해양,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경험을 다시 한번 상기할 필요가 있다. 당시 ‘고수익’을 노리며 불나방처럼 뛰어들었던 개인투자자들은 피눈물을 흘려야 했다.
성공한 펀드매니저 중 하나로 평가받는 피터 린치는 “내가 엄청난 투자의 오류를 하나 고른다면, 그것은 주가가 오르면 자신이 투자를 잘했다고 믿는 사고방식이다”라고 말했다. 조금 더 신중해질 필요가 있다는 말이다. mo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