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법 기관을 통해 법이 바뀌어야 문제가 해결된다는 것을 몰랐던 게 아니다. 중소벤처기업부(중기부) 역시 그 사실을 모르고 규제개선 토론회를 연 것은 아닐 것이다.”
비의료인 문신 시술 허용을 요구하는 한 스타트업 대표는 중기부의 소극 행정에 열을 냈다.
지난달 7일 열린 ‘O2O 규제 개선 아이디어 토론회’에 참석한 그는 ‘쇼’, ‘강 건너 불구경’ 등 날 선 표현으로 중기부를 비판했다.
그가 느끼는 허무함은 기대감의 크기와 비례했을 것이다. 토론회 날 현장에서 홍종학 전 장관은 비의료인 문신 시술 허용 문제를 소상공인 지원 과제로 설정해 최대한 빨리 해결하겠다고 공언했다.
토론회 뒤 스타트업 대표는 중기부에 이 문제에 관해 사회적 논의가 필요한 사안이라는 입장을 내 달라고 요청했지만 돌아오는 답변은 ‘절차적 어려움이 있다’, ‘입법부에서 움직여야 한다’는 거절뿐이었다.
중기부 담당자도 나름의 고충은 있었다.
중기부 관계자는 “토론회 한 번으로 풀리는 규제였다면, 수십 년간 왜 안 풀렸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어려운 과제였음에도 논의에 포함했는데, 토론회 뒤 갖가지 통로로 민원을 제기해 난감하다”고 덧붙였다. 스타트업 대표의 토로도, 중기부 담당자의 난색도 모두 반박하기 어려웠다.
각각의 주장에 좀처럼 빈틈을 찾기 어려웠지만, 마음이 기운 쪽은 현장 목소리였다.
‘누군들 공무원과 싸우고, 탄원서를 쓰고, 국민신문고에 민원을 넣는 일을 하고 싶을까’, ‘누가 과연 시간과 노력을 들여가며 굳이 투사가 되고 싶을까’ 하는 생각 때문이었다.
‘보여주기식 쇼’라는 비판도 틀린 얘기는 아니다.
O2O 규제 개선 토론회 6일 뒤 중기부 소속인 중소기업 옴부즈만은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과 ‘중소기업 규제혁신 및 기업 속풀이 대토론회’를 열었다.
이날 참석자들은 ‘현실 괴리 중소기업 규제애로’란 글자 블록을 해머로 내리치는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규제에 울고 웃는 기업 이해관계자라면 이 같은 퍼포먼스와 토론회를 보며 씁쓸함을 더 크게 느낄 것 같았다.
이들이 필요로 하는 것은 장관의 공언이나 망치 퍼포먼스가 아닐 것이다. 그보다는 유능한 공무원, 여론의 관심을 환기할 언론, 일하는 국회 등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