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체국예금·보험, 10년간 금융검사 ‘0’...‘124조 공룡’ 사실상 통제 구멍

입력 2019-04-16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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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체국예금·보험법 ‘무용지물’...업계 “자산 건전성 감독 받아야”

금융당국이 사실상 금융기관의 역할을 하는 우체국예금·보험에 대해 사상 처음으로 검사를 진행한다. 우체국예금보험에 대한 금융당국의 건전성 검사는 법적으로 허용하고 있지만, 그간 단 한 차례도 이뤄진 바 없다. ‘총자산 124조 원’의 대형 금융기관의 건전성 관리에 구멍이 났다는 우려와 함께 감독 방안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와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은 이달 말부터 6월 말까지 5주간 우체국예금보험에 대해 자산 건전성 관련 검사를 실시한다. 우정사업본부는 예금 72조 원, 보험 52조 원 등 총 약 124조 원의 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대형급 금융기관이다. 현재 우편업무보다 금융사업이 비대해지면서 우체국이 사실상 금융회사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나 우체국 금융사업 부문은 유일하게 금융감독원의 검사 대상에서 빠져 있다. ‘금융위원회의 설치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금융당국의 감독·검사 대상에서 제외돼 있기 때문이다.

‘우체국예금·보험법’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를 통해 금융 검사를 실시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있지만 이마저도 무용지물이다. 동법 제3조의2(건전성의 유지·관리) 항목에 따르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우체국예금·보험 사업에 대한 건전성을 유지하고 관리하기 위해 필요한 경우에는 금융위원회에 검사를 요청할 수 있다’는 조항이 명시돼 있다. 또 우체국예금보험의 건전성 기준에 의해 매년 재무제표, BIS비율 및 산출근거, RBC비율 및 산출근거 등을 금융위에 제출하고 검토의견을 사업 운영에 반영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과기부와 우정사업본부가 박선숙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우정본부는 최근 10년간 금융 검사를 받은 사실이 없으며 금융위도 자료 제출에 대해 검토 의견을 제시하지 않았다. 우정사업본부도 이에 대한 의견조회 없이 형식적으로 자료를 제출해 왔다. 건전성 관리를 위한 법적 근거가 있는데도 관리 감독이 부실했던 것이다.

박 의원은 “우정사업본부는 지금까지 건전성 기준에 따라 금융위원회에 자료를 제출했을 뿐, 법령에서 규정한 제대로 된 금융 검사를 실시한 바가 없다”며 “우정사업본부는 금융위원회와 관리감독 방안 등을 마련해 금융소비자 보호와 재정건전성 유지를 위한 제도적 개선 작업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이 같은 내용을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지적했다. 과기부가 금융위원회와 첫 금융 검사를 실시하는 것도 사실상 지난해 국감의 후속 조치 성격이다. 이에 대해 금융권에서는 일회성 검사에 그칠 게 아니라, 정기적인 검사가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나아가 건전성 검사뿐만 아니라 우체국이 판매하는 금융상품에 대해서도 동일기능, 동일규제 원칙 적용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시중 금융사 관계자는 “우체국이 사실상 금융회사의 기능을 수행하고 있는 만큼 우체국도 다른 금융회사처럼 자산 건전성 감독을 받아야 한다”며 “관계부처 협의를 통해 금융소비자보호법에 포함하거나, 해당 업법에서 개별적으로 준용하도록 하는 등 관련 법령을 보완해 규제차익 발생을 방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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